# 하늘에서 시작해서 땅에서 끝나다. 이창동 감독은 하늘이 아니라 땅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이지 않는 하늘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삶을 말한다. 영화 '밀양'은 꽤 긴 런닝타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재미있다고 하기에는 주제가 좀 무겁다. 분명한건 영화관을 나와서도 오랫동안 가슴이 먹먹한 영화였다. 아마 꽤 한동안 '밀양'을 곱씹을 것이다. # 피해자가 용서하기 전에 누가 용서할 수 있느냐 전도연의 훌륭한 연기 덕분에 '신애'의 격동적인 감정의 변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신애는 남편을 잃고 밀양에 살러온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완전히 낯선 곳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자신의 절망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다시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싶은 것이다..
말 그대로 눈물나게 재미있다. 오랜만에 그 훌륭한 재능이 부러워서 잠 못 이뤘다. 그들은 가족이다. # 첫번째 증거 싫다. 서로가 서로의 삶을 힘겹게 한다. 참 지겹고 싫다. 그들 덕분에 인생은 더 피곤하고 피폐하다. 위로는 커녕 혼자 내버려 두길 간절히 바란다. 그 짧은 여행하나 함께 하는 것이 못마땅한 그들은 분명 가족이다. 장면> 저녁식사. 각자의 캐릭터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없다. 불안정하고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엄마, 모든 것이 귀찮고 무관심한 아들-게다가 9개월째 침묵수행 중, 헤로인 중독 할아버지, 절대무패 8단계의 창시자 아버지, 미스 아메리카가 꿈인 귀염둥이 딸,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미국 최고의 프로스트 학자인 게이 삼촌의 너무나 치밀한 대화의 장을 보여준다. 의견의 일치, 서로..
그 시대를 살아낸 세대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다. 신념과 사명감으로만 배불러야 했던 80년대 대학생들에게 아주 조금은 감사하고, 미안하고 싶다. # 혼자만 행복하기 미안하던 시대 왜 그랬어요? 천년 만년 헤쳐 먹을 그들을 맞선다고 무엇이 달라진답니까? 인생은 길쟎아요. 시대는 변하고 신념도 변하고 아는 것도 바뀝니다. 더 살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나를 희생하고 세상을 위해 신념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가당키나 하답니까? 내 행복을 팽개치고 무슨 영광을 얻겠다구. 대체 그 신념은 누구의 행복을 위해서랍니까? 내가 빠진 사회를 꿈꾸던 것부터가 오래 버틸 수 없는 것이었어요. 당신들 그 잘난 엘리트들이 숨막히도록 진지하게 토론하고 치열하게 싸운 덕에 세상은 좀 나아지긴 했어요. 적어도 나 혼자만 행복..
사랑은 핑퐁이다? 탁구는 공을 주고 받는다. 주기만 하는 탁구는 없을까? 하나마나한 이야기란다. 그러게 말이다. 하나마나다. 당연하다. 주기만 하는 탁구가 사랑이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동화같은 사랑. 사이보그지만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랑. 이상하다고 고쳐야 한다고 변해야 한다고 판단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고. 사이보그지만 평생 AS 해준다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사이보그지만 먹어도 괜찮은 발명품을 만들어준다. 그니까 는 그야말로 로맨틱의 절정이다. 상대의 세계를 온전히 수용해주는 넓은 사랑. 영군에게서 훔쳐온 동정심으로 다른 사람을 보살피고 사랑하면서, 일순은 한없이 작아질거라는 두려움을 극복해나간다. 영군 덕분에 더이상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지 않게 되었다. 영군은 일순이 동정심을 ..
#1. 최대한 단순하고 알기 쉽게. 브라보! 자칫 촌스러울수 있는 소재를 봉감독님만의 스타일로 제대로 소화해준다. 무엇보다 감탄스러운 것은 감정의 완급조절이다. 관객을 쥐었다 놨다, 제대로 몰입하게 만든다. 이거 원, 너무 잘 찍어주셨네. 난 무엇보다 간결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때론 훌륭한 소재도 과감하게 쳐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범상함과 그렇지 않은 것이 구분된다. 돌연변이 물고기 괴물이 단지 소재일 뿐인 것처럼. 고모, 박남주 캐릭터를 예를들면, 중요한 순간에 머뭇거리는 바람에 우승을 놓친 양궁선수이다. 커다란 활을 메고 조카를 찾기 위해 애쓰지만, 신통치 않다. 보통의 영화처럼 오버하면 여전사 역할이 됐을거다. 그러나 마지막 결정적인 한 방을 쏘고, 무심히 돌아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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