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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영화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플라밍고 2007. 2. 15. 00:40

말 그대로 눈물나게 재미있다. 오랜만에 그 훌륭한 재능이 부러워서 잠 못 이뤘다.


그들은 가족이다.


# 첫번째 증거
싫다. 서로가 서로의 삶을 힘겹게 한다. 참 지겹고 싫다. 그들 덕분에 인생은 더 피곤하고 피폐하다. 위로는 커녕 혼자 내버려 두길 간절히 바란다. 그 짧은 여행하나 함께 하는 것이 못마땅한 그들은 분명 가족이다.

장면> 저녁식사. 각자의 캐릭터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없다. 불안정하고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엄마, 모든 것이 귀찮고 무관심한 아들-게다가 9개월째 침묵수행 중, 헤로인 중독 할아버지, 절대무패 8단계의 창시자 아버지, 미스 아메리카가 꿈인 귀염둥이 딸,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미국 최고의 프로스트 학자인 게이 삼촌의 너무나 치밀한 대화의 장을 보여준다. 의견의 일치, 서로에 대한 이해 혹은 배려, 존중 따위는 이 가족의 식탁에서 볼 수 없다.


# 두번째 증거
절대 흩어지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다양한 방법으로 절망에 빠지지만, 그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그들을 떼어놓을 수가 없다. 기아가 고장난 밴도 가족이 모두 힘을 합치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들이 뭉치면 못 할 것이 없다.

장면 1> 미니맨. 최고의 설정이다. 고물덩어리 애물단지지만 가족이 힘을 합치면 어디든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다. 이 영화의 따뜻한 주제의식과 너무나 딱 떨어지는 설정이다.

장면 2> 할아버지 시신 탈출기. 늘 티격태겨하는 가족이 한마음 한 뜻이 된다. 어이없고 유쾌하다. 그 어떤 고난에도 흩어지지 않는다니까~ 승자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풋.

장면 3> 드웨인의 색맹사건. 파일럿이 되기 위해 9개월째 침묵수행 중인 그에게 인생 최대의 절망의 순간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새파란 하늘과 샛노란 미니밴을 대비시키고, 화면 상단의 미니밴에서 절망한 드웨인이 추락하듯 도로 아래로 뛰어내려온다. 가족과 동떨어져 오무러든 드웨인을 다시 일으키는건 동생의 말없는 포옹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싫은 드웨인은 자신의 절망을 통해 동생의 꿈을 배려하게 된다. 가족은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존재한다.

장면 4>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 정말 눈물난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존재감을 끝까지 지켜내면서, 완성된 가족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서로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절대적 지지가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게 보여진다. 급기야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 춤을 추는 가족들은 미소를 넘어 눈물나게 한다. 실로 완벽히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 무엇도 개선되지 않는 처참한 현실 속에서, 가족이 보여주는 절대적인 지지는 긍정적이고 힘찬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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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기반이 탄탄한 마이너 영화가 있기 때문에 헐리웃 블럭버스터가 탄생할 수 있는거라 생각한다. 물론 말도 안되는 저질 영화도 만들어지겠지만, 오히려 욕망을 억압하는 사회가 우수함을 갖추기가 힘들다. 인간의 모든 욕망이 공존하고 표출되는 것이 정말 건강하지 않을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미스 리틀 선샤인>은 독특한 캐릭터, 재기발랄한 미쟝센, 너무나 치밀하고 리듬감 있는 시나리오, 오바하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지도 않는 따뜻한 시선, 감각있는 영상, 그 무엇하나 마음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 없다.

오랜만에 눈물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