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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영화

<영화> 괴물

플라밍고 2006. 8. 4. 01:46





#1. 최대한 단순하고 알기 쉽게.

브라보! 자칫 촌스러울수 있는 소재를 봉감독님만의 스타일로 제대로 소화해준다. 무엇보다 감탄스러운 것은 감정의 완급조절이다. 관객을 쥐었다 놨다, 제대로 몰입하게 만든다. 이거 원, 너무 잘 찍어주셨네.

난 무엇보다 간결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때론 훌륭한 소재도 과감하게 쳐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범상함과 그렇지 않은 것이 구분된다. 돌연변이 물고기 괴물이 단지 소재일 뿐인 것처럼.

고모, 박남주 캐릭터를 예를들면, 중요한 순간에 머뭇거리는 바람에 우승을 놓친 양궁선수이다. 커다란 활을 메고 조카를 찾기 위해 애쓰지만, 신통치 않다. 보통의 영화처럼 오버하면 여전사 역할이 됐을거다. 그러나 마지막 결정적인 한 방을 쏘고, 무심히 돌아서는 깔끔함. 박남주라는 특별한 부연설명없이 이끌어오다가 중요한 순간에 감정을 한껏 끌어올리는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그 밖의 캐릭터 설정은 말할 것도 없다. 운동권 출신의 무직상태인 삼촌,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서 머리가 좀 이상해진 아빠 박강두, 컵라면 팔아 자식들 뒷바라지 한 할아버지, 사고쳐서 낳아 사고로 잃게 된 용감하고 똘똘한 딸. 사회에 마이너리티인 이 가족이 국가와 사회라는 거대괴물에 맞서는 설정 자체에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앞서 그들의 캐릭터가 충분히 표현되었다. 연출도 물론이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한 몫한다.


#2. 본질에 닿지 않는 아둔한 현실

영화가 좋은 이유는 불특정 다수에게 감독의 견해가 피력되기 때문이다. 인상 깊은 영화 한 편이 가치관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 <괴물>은 '괴물'이라는 의미를 확장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은 돌연변이 물고기 뿐이 아니다. 강두는 현서가 괴물에게 잡혀가기 전에도 괴물에 맞서 싸웠다. 괴물에 맞서는 사람은 이 가족과 미군 병사 뿐이다. 아무도 괴물의 등장과 배경 그리고 그로인한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 본질 따위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좆을 뿐이다. 구청장은 민간 방역업체에게 뇌물을 받는 것이 목적이고, 카드빚이 6000만원인 선배는 후배를 팔아 현상금을 챙기는 것이 목적이며, 바이러스가 없음을 아는 의사는 없는 바이러스를 발견해야만 한다. 애초부터 한강물 안 먹는 미군, 장교는, 그 더러운 먼지가 싫어서 독극물을 한강에 흘려보냈는데 그 정도가 대수일까. 자신의 이익 좆기에 급급한,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이 사회와 사람들이 주인공, 괴물이다.

원래 다정다감했던 가족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매우 정확하다. 가족의 사랑을 신파적으로 호소했다면 진부했을거다. 그들은 현서를 구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공공의 안전과 평화라는 거대담론 따위와 상관없다. '자신의 일'이기에 목숨걸고 맞서는 것이다. 혹은 거대담론과 아무상관없는, 가진 것 없는 노숙자가 맞선다. 국가와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담론은 본질에 닿지 않는다. 개인의 행복은 고려되지 않는다.


#3. 봉준호식 유머

영화 <괴물>이 재미있는 이유는 감정의 완급조절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자칫 심각함이 지나쳐 지루해질라치면, 유머가 등장한다. 자칫 가벼워질라치면, 어느덧 진지해져있다. 긴장과 완화의 조절이 훌륭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유머는 "no virus?"라는 송강호의 대사. 개연성이 확실하여 당시 상황을 제대로 비웃을 수 있게 한다. 이런게 진짜 유머아냐? 유머가 유머다워야 유머지~

현서의 영정사진 앞에 모여든 가족들이 몸부림치는 장면, 아버지 박희봉의 죽음을 차마 내버려둘 수 없어서 강두가 도망가다 돌아오는 장면, 곤히 자고 있던 아이가 밥먹으라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밥먹는 장면 등이 기억에 남는다.


#4. 잡담

삼촌 역의 박해일의 클로즈업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 얼굴이 그렇게 작을 수가. 게다가 너무 예쁜 계란형 얼굴. 잘생긴건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매번 사람을 이렇게 놀래키나. 연기도 잘해주시니 금상첨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