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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영화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플라밍고 2006. 12. 13. 00:27
사랑은 핑퐁이다?

탁구는 공을 주고 받는다. 주기만 하는 탁구는 없을까? 하나마나한 이야기란다. 그러게 말이다. 하나마나다. 당연하다. 주기만 하는 탁구가 사랑이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동화같은 사랑.

사이보그지만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랑. 이상하다고 고쳐야 한다고 변해야 한다고 판단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고. 사이보그지만 평생 AS 해준다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사이보그지만 먹어도 괜찮은 발명품을 만들어준다. 그니까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그야말로 로맨틱의 절정이다. 상대의 세계를 온전히 수용해주는 넓은 사랑.  

영군에게서 훔쳐온 동정심으로 다른 사람을 보살피고 사랑하면서, 일순은 한없이 작아질거라는 두려움을 극복해나간다. 영군 덕분에 더이상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지 않게 되었다. 영군은 일순이 동정심을 훔쳐준 덕분에, 사이보그임을 온전히 이해해준 덕분에, 사이보그지만 괜찮다. 박찬욱표 사랑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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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색다르고 거창한 사랑에 대한 담론이 있는것 같지 않다. 서로의 세계를 공감하고 이해하고 수용하고 보다듬는 것이 사랑이라는 평범한 진리. 사랑은 주는 것이라는 하나마나한 이야기. 좀 특이한 것은 장소이다. 정신병원이라는 곳에서 정신분열증 환자와 안티소셜 환자의 사랑이야기라는 것. 그래도 여전히 사랑이야기라는 것. 게다가 내가 가진 결핍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설마 당신은 허무맹랑한 공상 하나 없을까.

임수정을 데려다가 틀니를 끼우고 줄곧 이상한 표정을 짓게 만들어서 더욱 좋았다. 정지훈은 너무나 깜찍하고. 신세계 병원이라는 동화에 조금 희안한 왕자님 공주님의 오래도록 행복했다는 사랑이야기. 뭐, 귀엽고 괜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