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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영화

<영화> 오래된 정원

플라밍고 2007. 1. 1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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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를 살아낸 세대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다. 신념과 사명감으로만 배불러야 했던 80년대 대학생들에게 아주 조금은 감사하고, 미안하고 싶다.


# 혼자만 행복하기 미안하던 시대

왜 그랬어요? 천년 만년 헤쳐 먹을 그들을 맞선다고 무엇이 달라진답니까? 인생은 길쟎아요. 시대는 변하고 신념도 변하고 아는 것도 바뀝니다. 더 살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나를 희생하고 세상을 위해 신념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가당키나 하답니까? 내 행복을 팽개치고 무슨 영광을 얻겠다구. 대체 그 신념은 누구의 행복을 위해서랍니까? 내가 빠진 사회를 꿈꾸던 것부터가 오래 버틸 수 없는 것이었어요. 당신들 그 잘난 엘리트들이 숨막히도록 진지하게 토론하고 치열하게 싸운 덕에 세상은 좀 나아지긴 했어요. 적어도 나 혼자만 행복한게 미안한 사람은 없네요. 당신들조차 미안해하지 않는 세상이쟎아요. 

# 대단한 어마어마한 인생과 재능의 낭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살기가 가득한 세상을 내버려 둘 수가 없었습니다. 계획만 많았지, 별로 한 일은 없습니다. 내 행복을 위해 재능을 계발할 여유가 없었어요. 핑계가 아닙니다. 당신도 세상 돌아가는 그 꼴을 봤다면 고개를 돌릴 수 없었을 겁니다. 모르면 모를까, 너무나 뻔뻔하게 보이는데 어찌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다른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참을 수 있는 부당함이 아니었어요.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내 인생과 재능의 낭비가 조금이나마 이 나라의 민주주의에 기여했을 겁니다. 세상엔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괴로운 시대였어요.  


# 아이러니

18년동안 사회주의자를 지켜온 현우는 부동산으로 많은 돈을 번 어머니로부터 천만원이 넘는 옷을 받아 입는다. 그 아까운 목숨들이 노동권을 위해 싸웠지만, 지금 PD의 목소리는 NL에 가려 들리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사회주의마저 상품으로 만들고, 어떤 386 세대는 그들의 험난했던 과거를 이용해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니 제발 자신의 행복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사회의 발전과 안녕만을 위해 헌신하지 말았으면 한다. 일단 '나'부터 챙기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챙기고 그러다보면 이웃을 챙기게 되고 내가 속한 지역사회를 챙기게 되고 나아가 그토록 애절한 민족을 챙기게 되고 결국 인류애자가 될테고, 세상은 아름다워지겠지. 그러니까 일단 당신의 그 사소한 행복부터 챙기란 말야. 속상하게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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