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 행동 늘 그래왔듯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죽자고 일하는 중이다. 매년 올해가 그 어느때보다 심각하다 하면서 매년 갱신 중이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배우는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고, 돈도 벌린다. 미친듯이 일을 하면서 나의 경험을 회피함에따라 쓸데없이 자기통제를 잃은 채 꼴사납게 구는 걸 방지할 수 있다. 대신 진짜 경험을 회피하는 동안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가짜 경험을 만들어 판타지를 끌어안고 사느라 새로운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까지 나의 부적응 행동의 악순환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내가 이렇게 악순환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아주지 못했다. 상담을 하면서 깨달은 점은, 누구나 문제행동 이면에는 그럴만한 타당..
,1928 by Raoul Dufy 진로 수업 활동 중 '10년 후 내 모습' 활동을 좋아한다. 학생들의 10년 후를 읽다보면 나까지 흐뭇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정작 나의 10년 후를 떠올려보면 잘 그려지지가 않는다. 라울 뒤피의 그림처럼 밝고 화사하고 싱그러웠으면 좋겠는데. 나의 10년 전은 어땠나?10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 2008년도의 나는 상담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이었다. 10년 전의 나는 교육상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그로부터 10년 후 나는 교육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는다. 상담학을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10년이 걸린 셈이다. 놀라운 것은, 상담학이라고는 전혀 모르던 10년 전의 내가 대학원 입학..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 나는 선을 넘었다. 선을 넘었다는 것은, 내가 어떤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애쓰느라 자연스러움을 놓치고 있다는 의미이다. 내가 괴로워하는 특정 정서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상황을 왜곡하여 바라보고 해석하고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나의 왜곡된 판단과 해석을 자각하지 못하게 된 상태. 이것이 선을 넘은 상태이다. 나는 선을 넘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선을 넘어 터널 속으로 진입했는데, 이 터널이 얼마나 길고 어두울지는 가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내가 여기서 얼마의 시간 동안 어떻게 헤매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어쩔 수 없지, 가보는 수밖에. 내가 일상에서 가장 공..
Edward Hopper, Room in New York, 1932 예전에 어렸을 때 친구들과 스킨십에 대해 얘기하면서, 장난처럼 나는 손잡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그 이유는 손을 언제 어떻게 놓아야할지 고민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상대를 더이상 원치 않게 되었을 때 가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 거리를 좁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것. 나도 그럴진대 그 사람도 그렇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에서 노력하는 것은, 1) 상대가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을 맞춰주는 것. 2-1)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defence하지 않은 채 상대방의 반응을 온전히 수용하는 것. 2-2) 나를 드러내도 상대방이 좋다하면 금상첨화지만 있는..
Lucian Freud, Self-Portrait, 1985 . 나는 선을 넘었다. #1. 그녀는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는 것은 감사함이라고 했다. 하나를 얻고 여럿을 잃는 것이 다반사임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내가 객관성을 잃고 불안에 잠식되어 가는 동안 그녀는 그것을 배우고 있었다. 그녀가 내 곁에 있음이 더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나에겐 나의 부끄러움을 알게해주는 그들이 있어서 진심 감사하다. 혹시나 초라해질까봐 혹시나 비참해질까봐 혹시나 혹시나 혹시나를 반복하면서 내가 얻고 있었던 것은 결국 불안이다. 불안을 얻음으로써 초라함을 견뎠다. 나의 20대를 통째로 불안 속에 털어넣었는데, 이제서 겨우 그 길고 어두운 터널을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그 자리였다. 놀랍게도, 고독하고 밝고 날카롭고 ..
오늘 이번 학기 처음으로 그랜드 컨퍼런스에 참석하면서 갑자기 숏버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한 남자가 거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다리를 들고 본인의 성기를 입에 닿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다. 당시에는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의 외로움을 표현하는 장면이라는 '느낌' 을 살짝 받았지만 '대체 뭐하는 짓인지'라고 넘어가버렸다. 당시에는 정말이지 이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경험하는 내담자의 상태는 불안과 우울이다. 불안은 내가 참으로 잘 이해하는 영역이지만 우울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늘 우울은 어렵고 힘들다. 무활동, 반추, 자책의 회피행동을 멈추게 할 방도가 없어 나까지 무기력해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제발 뭐라도 하란 말야!'를 외치고..
관계를 과제처럼 혹은 일처럼. 성실하지만 몰입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관계. 상대방을 아끼고 좋아하지만 그 관계가 사라져도 일상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의 심리적 거리 유지. 그래서 더없이 상대를 서운하게 만드는 태도. 의지/의존하지 않는 관계. 결국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고 나는 혼자라는 믿음. 노력해서 채울 수 있는 부족함이 아니라면 애초에 포기해 버리는 단순함. 결핍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늘 평정심을 유지 실패한 적 없는 사람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나한테 무엇을 바라는 걸까? 관계를 과제처럼, 일처럼 하지 않는 것이 뭘까? 거리를 두지 않은 채 상대에게 온전히 몰입하고 의지하는 것은 어떤 걸까? 결국 혼자 남을지라도, 채울 수 없는 부족함을 직면하더라도, 마음가는대로 느껴보는 것은 어..
자주 화가 나는 편이다. 화가 날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황을 반추하고, 내가 했어야만 했던 반응, 대응들을 곱씹어 생각하면서 화를 키워서 힘들었다. 감정이라는 것은 통제불가능한 것이지만 오래 머무는 것은 아니다. 오래 머문다면 그건 감정이 아니라 생각이 머무는 것이라고 배웠다. 분노 조절을 위해 애썼지만 그리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내가 필요할 때 화가 나고 필요없을 때 화가 나지 않을 순 없었으니까. 분노는 생존을 위한 순기능도 있으니까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하지만 나의 그 마르지 않는 분노로 인해 종종 피곤함을 느끼곤 했다. 예컨데 출근길에 만원지하철을 타고 오면서도 얼마나 혼자 씩씩대고 화를 냈는지, 출근하자마자 기운이 빠지곤 했다. 그러고나면 하루종..
너무나 당연한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음을 꺠달을 때가 있다. # 가깝지만 먼 당신 내가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난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관계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가깝다가도 금세 멀어지고, 친한 것 같지만 늘 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여 참으로 서운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이다. 나를 믿어주는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고, 얼마든지 오해할 뿐더러, 친밀한 관계를 진심으로 믿어본 적이 없다. 친밀감이 싫어서가 아니고,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가 아니고 상대방을 서운하게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다. 나는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내게 믿음은 곧 폭력이다. 아무런 연상조차 할 수 없는 상상도 되지 않는 폭력 그 자체. 절대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
여행은 돌아온 후에야 그 감흥이 느껴지는 것 같다. 전혀 새롭지 않고 이국적이지 않던 파리도, 돌아와보니 낭만적이고 고풍스러웠구나한다. 생떽쥐베리가 살던 곳, 고흐의 그림이 처음으로 전시됐던 카페, 에밀 졸라가 걸었을 길, 세잔느가 바라보던 풍경... 이제와보니 참으로 멋있는 곳이구나한다. 동시대인은 아니더라도 오래전 그들의 자취를 간직한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웠나한다. 그러면서 잠시 현실이 낯설게 느껴지는 그 순간이 좋다. 그림을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소통을 경험한다. 내 지각세계가 팽창하여 광활해지는 느낌이다. 더불어 조금은 씁쓸해진다. 여행은 나의 경직됨을 여실히 드러나게 한다. 경직됨이란 믿고 싶은 대로 묻고, 듣고, 보는 것이다. 들리는 대로, 보이는 대로 믿을 수 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라울 뒤피
-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 오래된 정원
- 2006년 정리
- 조너선 사프란 포어
- 아크람 칸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숏버스
- 미스 리틀 선샤인
- 몽마르뜨
- 실비 길렘
- 노트르담 성담
- 제주도
- 빠진
- 아버지의 깃발
- 영화
- 신년계획
- 이아고와 오델로
- 존 카메론 미첼
- 신성한 괴물들
- 바벨
- 연극
- 모딜리아니
- 클린튼 이스트우드
- 퐁네프 다리
- 잔느 에뷔테른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 김녕해수욕장
- 염쟁이 유씨
- 아람미술관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