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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당연한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음을 꺠달을 때가 있다.
# 가깝지만 먼 당신
내가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난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관계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가깝다가도 금세 멀어지고,
친한 것 같지만 늘 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여 참으로 서운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이다.
나를 믿어주는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고,
얼마든지 오해할 뿐더러,
친밀한 관계를 진심으로 믿어본 적이 없다.
친밀감이 싫어서가 아니고,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가 아니고
상대방을 서운하게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다.
나는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내게 믿음은 곧 폭력이다.
아무런 연상조차 할 수 없는 상상도 되지 않는 폭력 그 자체.
절대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내가 손톱만큼도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더이상 중요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으니,
내가 심각하게 부숴졌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고나니,
남은 것은 단순하다.
회복하는 것 뿐.
앞으로 남은 인생 창창한데,
믿어가며 생생하게 사는거지 뭐.
그러다가 또 얻어맞고 억울하고 화가나서 씩씩댈 것이 뻔하다.
하지만 다를 것은,
내가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이런 사람이 있고, 저런 사람이 있고,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겠지.
그리고 나라서가 아니라 그냥 더럽게 재수가 없기도 하다는 것을 이해하겠지.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는 그저 참으로 무기력하고 한계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떠올리겠지.
딱히 신날 것 하나 없는 결론이지만
헐벗은 나를 화려하게 포장하느라 수고스럽진 않을 것 같다.
헐벗고 초라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분명 있을테고.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더이상 믿음과 폭력은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
어쩌면 유일하게 삶의 위로가 되는 것이 믿음일텐데,
십수년을 믿음을 폭력과 연합해왔으니,
아깝다, 청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수없이 잊어버리고 아차 하겠지.
그래도 아직은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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