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과 후

<Interior with open window>,1928 by Raoul Dufy

진로 수업 활동 중 '10년 후 내 모습' 활동을 좋아한다. 

학생들의 10년 후를 읽다보면 나까지 흐뭇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정작 나의 10년 후를 떠올려보면 잘 그려지지가 않는다. 

라울 뒤피의 그림처럼 밝고 화사하고 싱그러웠으면 좋겠는데. 

나의 10년 전은 어땠나?

10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 

2008년도의 나는 상담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이었다. 

10년 전의 나는 교육상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그로부터 10년 후 나는 교육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는다. 

상담학을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10년이 걸린 셈이다. 

놀라운 것은, 

상담학이라고는 전혀 모르던 10년 전의 내가 대학원 입학을 위해 써냈던 학업계획서의 내용이 

의도치 않게도 10년 후의 박사논문 주제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10년 전의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혼란도 의심도 없었고,

1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본 적은 없지만, 

10년 후의 나는 10년 전의 내가 품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   

그 과정에서 한번도 흔들렸던 적이 없다. 

늘 내게 질문은 하나였다. 

"만족스러운 직업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나의 10년 후는 어떨까?

지금의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찾는 중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래가 불투명하기는 매한가지이지만

10년 전의 나처럼 지금의 나도 조금의 망설임도 혼란도 의심도 없다. 

하지만 10년 전과 다른 것은, 

지금의 나는 1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는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 삶"

어리석게도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놓치고 수단과 도구에 집착하곤 하지만, 

그래서 나의 역할과 의무에 갇혀 경직된 행동을 하곤 하지만, 

한번씩 의식적으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묻고자 한다. 

이왕이면 아주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상상. 

일어나자마자 큰 마음 먹고 구입한 고가의 오디오로 연주곡을 플레이한다. 

빛이 잘 들어오는 거실에 나와 앉아서 멍하니 음악을 들으며 금방 내린 커피를 마신다. 

한 30분쯤 여유를 부린 후 오늘의 일과에 맞는 옷, 신발, 가방을 신중하게 골라서 출근을 한다. 

오전에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음악을 틀어놓고 차를 만든다. 

하루 스케쥴과 to do list 를 확인한 후 이메일에 응답한다. 

주변인의 소소한 변화를 확인하고 안부인사, 선물, 메시지 등을 보낸다. 

오전에 전직원 회의와 센터 내 위기 사례에 대한 수퍼비전을 마친다. 

점심에는 오찬 겸 인터뷰에 응한다.

센터에서 수년째 해오고 있는 지역 사회의 청소년을 위한 무료 진로상담 및 교육 사업의 확장안에 대한 인터뷰.  

오후에는 학교로 돌아와 강의를 마치고 연구실에서 출판 계획의 원고를 작성한다. 

저녁에는 공연을 예매한 장소로 이동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서로의 지난 시간을 공유한 후 공연을 관람한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고가의 오디오가 제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음악부터 플레이 해놓고,

가벼운 알콜 한잔과 함께 아무생각 없이 목욕을 한다. 

목욕 후 서재에서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to do list 를 추가한다. 

침실로 돌아와 평소 읽던 책을 몇장 넘기다가 스르륵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