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좋아한다. 특히 공간. 그리고 개인의 선택에 대한 주제에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실존적 선택. 박사 논문의 주제도 '선택'에 관한 것이다. 게다가 한 가지 현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상담자로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도 내담자에게 이 '해석'의 다양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영화 '컨택트'는 내가 가장 관심 있어하는 개념이 모두 들어가 있다.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흡족스러운 영화다. #1. 비선형적 시간 과거-현재-미래는 동시에 존재한다. 시간은 한쪽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헵타포드는 비선형 언어를 사용한다. 이들은 메시지를 한번에 전달한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삶의 유한성은 인간을 ..
#1. 여자의 이야기 전도연이 연기한 김혜경의 진가는 재곤과 함께 잡채를 먹는 장면에서 제대로 드러난다.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고, 믿을 수 없지만 믿고 싶다. '진심일까, 믿어볼까' 믿어지지 않지만 믿어보고 싶은 절박함, 이 지긋지긋한 인생을 저이가 구해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주 희미한 기대감과 그 희미한 기대감에 모든 것을 걸수도 있을 절박함이 지나간다. 하지만 그 기대감 아래 줄기차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삶에 대한 깊은 절망감이 깔려있다. 상처 위에 상처가 쌓이고, 기억하기 싫은 기억에 또 기억하기 싫은 기억이 덮힌다. 김혜경은 줄곧 기대가 절망으로 이어졌음에도 끝내 그 기대를 놓치 않는다. "나, 김혜경이야!"라고 사납게 굴다가도, 허무하리만치 모든 것을 박준길에게 맡겨버리는 수동성이..
오랜만에 참 재미있는 영화 발견. 이제는 예전처럼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재미를 느끼진 못하지만, 위플래쉬는 워낙 드라마 자체가 재미있고, 강렬하여 숨도 쉬지 않은 채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인물들 간의 긴장감이 마치 '다우트'를 볼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모든 배우들이 각 캐릭터의 고유 성격을 여지없이 드러냈고, 그 호흡이 찰떡같이 들어맞아서 잠시도 틈이 없었다.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급작스럽게 영화관을 찾은지라, 음악 영화라니까 편안하고 나른한 시간을 보낼 줄 알았더니만. 100분 내내 긴장감으로 편히 앉아 있질 못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위대한 예술가를 탄생시키기 위한 플레처의 교육이 옳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의견과 거의 일치한다. "미와 선은 본질..
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쓰고 싶은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옥희의 영화' 이후 오랜만에 본 영화였는데 상당히 좋았다. 배고픈 배를 부여잡고, 찬 바람을 뚫고 씨네큐브를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이 영화하면 모두가 주인공 틸다 스윈튼의 연기를 극찬하던데, 그럴만 했다. 이탈리아 상류층 재벌가문의 안주인인 엠마는 아름답고 절제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 우아함 엠마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화려했다면 그녀의 고독과 결핍이 잘 표현되지 않았을 것이고, 지나치게 절제하고 단순했다면 그녀가 지닌 폭발적인 열정이 나타나지 못했을 것이다. 풍성하고 깔끔한 금발, 단순한 헤어밴드, 심플한 디자인의 몸에 잘 맞는 의상, 자상하고 수용적인 미소, 우아한 걸음걸이 특히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올 때의 그 종종걸음이 무척 인상적이었..
오랜만에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였다. 인종차별에 관한 폴 해기스의 전작인 '크래쉬'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인종문제를 소재로 그보다 근본적인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엘라의 계곡' 역시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로 이해했다. 이라크 전쟁에 파병된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듣고 군인 출신의 아버지가 아들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초반에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어버지가 자랑스러운 아들의 실종과 죽음을 파헤쳐가는 가면서 범인을 찾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누가 아들을 죽였는가?'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아들이 왜 죽었는가?'를 말하고 있다. 영화 후반에는 순진하고 어린 아들이 어떻게 괴물이 되었가는지를 보여준다. 제목 '엘라의 계..
훌륭하다. 는 상당히 우아하고 지적이다. 영화의 주제는 물론 극을 이끌어 나가는 방식 또한 지적이다. 수많은 의심 속에서, 감시와 처벌을 의무로 여기는 알로이시스 수녀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자유로운 플린 신부가 격돌한다. 그리고 그 둘의 격돌의 틈바구니 속에서 확신없이, 두려움과 죄책감 사이에서 제임스 수녀가 가냘프게 흔들린다. 이들의 캐릭터가 생명력을 갖고 그 에너지가 스크린 밖으로 뿜어나와 관객을 압도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 알로이시스 수녀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이야 말할 것도 없다. 플린 신부 역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궁지에 몰린 자의 치열함과 궁지에 몰아 넣은 알로이시스 수녀에 대한 공격성 그리고 도널드에 대한 애정과 자상함, 제임스 수녀에게 ..
느닷없이, 그냥 극장에 가고 싶어서 친구따라 나서서 본 영화다. 할아버지와 소의 사랑이야기라고 얼핏 들은터라 재미있겠냐 싶었는데, 재미있었다. 원래 TV 다큐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인간극장에서 봤다면 지금만큼 집중해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싶다.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이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참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한 편으로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한 평생 농사를 지으신 할아버지 손이 클로즈업 된다. 그 손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그 손 때문에 나는 더없이 안전하고 평안하다. #. 할아버지 이 영화는 다큐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소의 관계를 통해 그들의 삶을 그린다. 다큐라는 장르가 참으로 적절했다. 할아버지에게 소는..
별로다. 역시 흥행작을 보는게 아니었다. '지구가 멈추는 날' 이후로 또 실패. 글쎄... 나는 얼마나 어려운 연기를 했고, 얼마나 힘들었을 것인지에 대한 노고를 헤아릴 만큼 너그럽지 않다. 우선 존재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컷이 많다. 그래서 자극적인 장면과 알록달록한 색감에도 상당히 지루하다. 대체 어디까지 설명할 참인지... 시시콜콜하다. '연모'라는 혼란스럽고 격정적이며 무서울 만큼 극단적이고 통제되지 않는,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설명할 수 없고 이해되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말'이 많다. 마치 관객에게 이해하고 있냐고 재차 조바심내며 묻고 있는 듯 하여 지루하고 귀찮다. 게다가 공감되지 않는다. 감정의 흐름이 너무 갑작스럽다. 거의 마지막까지 난 그저 여자의 몸을 알게 된 한 남자..
섹스에 관한 이야기. 섹스를 통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섹시하지 않은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영상이 가득한 이야기. 나로서는 그닥 와닿지 않는 이야기. 의도하지 않게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무대인사와 함께 '숏버스'를 봤다. '헤드윅'도 본 적이 없어서 감독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없었다. 일부러 감독 무대인사를 보러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많았는데 그 반응이 어찌나 열렬한지,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이 말했듯 마치 브래드 피트가 무대인사 하는 줄 알았다. 너무나 작은 얼굴과 머리크기에 놀랐을 따름이다. 세상에 그렇게 작은 머리도 있단 말인가. ^^; 영화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남녀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은 물론 동성애, 이성애, 양성애 등 다양한 연애와 섹스가 등장한다. 영상 자체가..
# 하늘에서 시작해서 땅에서 끝나다. 이창동 감독은 하늘이 아니라 땅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이지 않는 하늘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삶을 말한다. 영화 '밀양'은 꽤 긴 런닝타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재미있다고 하기에는 주제가 좀 무겁다. 분명한건 영화관을 나와서도 오랫동안 가슴이 먹먹한 영화였다. 아마 꽤 한동안 '밀양'을 곱씹을 것이다. # 피해자가 용서하기 전에 누가 용서할 수 있느냐 전도연의 훌륭한 연기 덕분에 '신애'의 격동적인 감정의 변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신애는 남편을 잃고 밀양에 살러온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완전히 낯선 곳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자신의 절망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다시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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