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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휴식

플라밍고 2008. 8. 22. 00:42

이틀 연속 운동을 하고서는 상체 근육이 요동을 치는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저번주에는 허벅지가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질 않아서 생고생을 했는데, 이번주는 가슴과 팔이 자기 멋대로 꿈틀거린다. 이 저질체력을 대체 어찌 극복할 수 있을까. 매번 너무나 허약하기 그지없는 내 체력에 새롭게 놀라곤 한다.

아무튼 덕분에 하루 스케쥴을 펑크내고 집에서 뒹굴거렸다. 아침에 목욕탕도 다녀오고 뒹굴거리다가 낮동안 내내 쿨쿨 잠을 잤다. 저녁이 되어서야 일어나 여자 핸드볼과 태권도 경기를 보고 살짝 환호한 후 '대한민국 변호사'를 재미있게 시청하였다. 태권도 경기는 스포츠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경기여서 어떻게 점수를 얻는지 도통 깨닫지 못한채 멍하니 보았고, 처음 본 '대한민국 변호사'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드라마를 못 본지 어언.... 아무튼 대사도 재치있고 감성도 깔끔하고 연기도 좋고, 여배우들 예쁘고 재미있었다. 이 얼마나 근사한 하루였던가.

요즘은 놀면서도 피곤하다. 삼화고속을 타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하루였다. 인천에서 서울 나가는 것이 갈수록 피곤하다. 너~무 피곤하다. 삼화고속으로도 이젠 충분치가 않다. 집근처 100m 이내만 왔다갔다 하는 것이 적당하다. 20대 초반에도 사회성이 거의 제로였는데, 나이 든다고 그 얼마나 늘겠냐하면서 이젠 거의 포기상태다. 그냥 아는 사람들 만나는 것만으로도 정신없는데 그 얼마나 풍부한 인맥을 쌓겠다고 열성이어야 하는지... 오늘같이 만족스러운 하루가 지속된다면 또 얼마나 불안하고 신경질이 나겠냐만은 오랜만의 뒹굴거림이 너무 좋아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여유가 그 무어란말인가. 너무 빡빡한 계획을 세워놓고 부담감을 느끼고 있던터라 남들 보기에  그리 바쁜 스케쥴도 아닌데 혼자 잰걸음이었다. 큰숨 한 번 쉬고, 시원하고 청량한 퍼스의 바람을 한 번 상상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무더위가 가시자 아침 운동갈 때 느껴지는 시원하고 상쾌한 기운이 참 좋다. 날씨에 워낙 좌지우지되는지라 요즘같이 계절이 바뀌는 길목엔 늘 이렇듯 괜히 기분이 좋다.

내일은 또 으쌰하고 잘 지내야지. 오늘 낮에 그렇게 자고도 또 머리를 대면 잘 수 있을 것 같다. 목욕탕 저울 위에 올라가서 받은 충격따위는 내일부터 다시 걱정하면 될 일이다. 그 저울바늘을 왼쪽으로 옮겨보겠다고 운동하다가 상체를 못 쓰는 바람에 마음놓고 게으름을 필 수 있었다. 내일도 싫지만 운동을 가야겠다. 내일이 지나면 또 신체 어느 부분을 못 쓰게 될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