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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평온한 상태, 그 평온한 감정이 흔들리는 것이 싫다는 사람은 그래서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루에도 열 두 번씩 오락가락 하는 감정기복을 감당해낼 에너지가 더이상 없다고 했다. 화나고 서운하고 억울하고 그런 부정적인 감정 뿐만아니라 설레고 두근거리고 미소 지어지는 긍정적인 감정들도 예고없이 불쑥 나타나는게 자신없다고 했다. 현재 마음이 너무나 평온하고 고요한 상태이며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할수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감정을 전부 알고 싶었다. 이제 이해가 간다.
# 사람을 대하기 어색할 때마다 나는 나를 분리한다. 로버트 태권 V처럼 나를 안과 밖으로 나눈다. 대체 도통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모르겠을 때 보여지는 나는 상대가 보여주는 표정을 따라 짓고 상대의 화법을 따라한다. 보이지 않는 나는 최대한 구석을 찾아 웅크리고 앉아 그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린다. 보이지 않는 나는 해가 지날수록 사람을 대하는데 능수능란해지는, 보여지는 나를 보며 스스로를 더욱 어색해한다. 그럴수록 보여지는 나와 보이지 않는 나는 점점 더 멀어진다.
# '거울 반응'. 타인의 경험과 감정을 표현해줌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담기법. 아이가 넘어졌을 때 두 가지 반응을 예로 들수 있다. 첫째 "뚝!! 일어나. 울면 약한거야. 울지마." 이것은 아이에게 '아프다'는 감정을 억압하게끔 한다. 둘째, "아프니? 괜찮아? 많이 아프니?" 아이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은 아픈거구나', '이것은 괜찮구나'라는 것을 이해한다. 아픈건 약한게 아니다. 아픈건 그냥 아픈거다. 대화를 나눌 때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바로 이 '거울 반응'이다. 아마 내가 상대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거울 반응'인가보다. 왜냐하면 제대로 거울이 되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상태, 경험, 감정이 너무 많다. 모르겠다. 그게 너무 답답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 말이... 술술, 아무렇게나, 별 무게없이, 그냥 나온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인지, 아무개의 입에서 나오는 말인지 모를 정도로. 깜짝놀라지도 않는다. 말을 꺼내놓고도 내가 낳은 말인지 모르겠으니 애정도 없다. 별 쓸모없는 말들을 죄다 꺼내놓고 텅텅 빈 속이 허해서 또 이것저것 대충 채워넣는다. 난 늘 보이지 않는 내 삶의 목격자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겐 그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내 모든 선택을 판단없이 비난없이 바라보는 내 삶의 목격자가 꼭 필요하다. 갑자기 내가 그 목격자를 잠시 잊어버린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근래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범 없이도, 메뉴얼 없이도, 본보기 없이도 창조적인 시간이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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