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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미루기 천재!

플라밍고 2008. 5. 31. 11:13
# 해야 할 일을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때까지 미뤄놓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해치워버리고 있다. 늘 시작할 때는 의욕이 가득차서 차근차근 기초부터 알차게 해내려 하지만, 그 의지는 겨우 3분을 넘기지 못한다. 그냥 하루종일 뒹굴뒹굴 하늘이나 바라보면서 게으름 피우는게 체질에 맞는다 생각하다가도, 또 그러면 권태에 눌려 무엇인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찾아내는게 나의 일상이다. 그렇게 게으름을 반복하면서도 달리는 체력때문에 몸에 좋다는 약과 먹거리를 섭취하는 데에도 열심이다. 이젠 삼화고속을 타기만 해도 피곤하다.  

# 촛불집회를 보면서, 나도 가봐야 하는데... 하다가도 귀찮고... 결국 난 여기 앉아서 머리로만 생각한다. 참가하지 않았어도 나름 만족스러운 것은, 집회가 그 어떤 대단한 신념과 담론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어떤 강령도 없는 자유롭고 일시적인 집회라는 것이다. 집회에 참가한 각자가 다른 가치관과 다른 정치관을 가지고도 공통된 이슈에 대해서 한시적으로 뜻을 합치고 자유롭게 해체하는 그 모양새가 긍정적인 집회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본다. 각자의 이익에 맞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주저없고, 개별적인 의견이 모인다. 그리고 그 한 가지 이슈가 마무리 되면 가볍게 해체한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시 개별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맞는 이슈에 목소리를 싣는다. 민주적이다. 2004년 월드컵 당시에 함께 응원하면서 대규모로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데 재미를 붙인 시민들은 집회를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함께 즐긴다.

게다가 핸드폰 기술의 발달과 개인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엔 누구나 매체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가 있다. 직접적으로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내가 직접 본 것을 매체에 싣고 함께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 근사하다. 물론 넘쳐대는 영상과 정보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가를 가리는 문제는 남아있지만, 근본적으로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이젠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고 그마저도 지금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즐기는 양상을 띠게 된다면 얼마나 훌륭할까 기대해본다.

시대를 역행하는 정부의 행동과 발전해 나가는 시민의식의 대조가 뚜렷하다. 부디 높으신 분들은 땅에 발을 딛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 초침은 계속 지나고 해야 할 일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데도, 난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 블로깅질이다. 점점 해야할 일을 타인화 시키면서 나로부터 떼어내고 있다. 그리고는 마치 내 일이 아닌양 멀리서 불구경 하듯 하고 있다. 일단 시작하면 그리 오래걸리지도 힘들지도 않을터인데 왜이리 하기 싫으냔 말이다. 갑자기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림같이 나오는 곳으로 가서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으며 룰루랄라 놀고 싶다. 내 올해는 꼭 그리 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