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세상의 모든 감정을 모두 느껴보고 싶었어. 난 용감하고 자신만만했으니까, 그 어떤 감정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 기대했어."
"그랬겠지. 실제로 대단했어. 난 못했을꺼야."
"근데 이제는 웬만하면 느끼고 싶지 않아. 최소한 불안하지 않을 수 있다면 설레지 않아도 기쁘지 않아도 된다 싶을 정도야. 두려움이 늘고 늘어 숭고할만큼 거대해졌어."
"누구나 그래. 누구나 불안 앞에서 당당할 수 없어. 다들 그렇게 산다구. 걱정마."
"...대체...말이 안 통하네. 그런 쓸모 없는 위로는 어디서 배운거니?"
"..."
"훨씬 낫다. 근데 역설적이게도, 두려움에 비례하여 실제로 용감해진다는거야. 자신만만하게 모든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때는 조금만 불안해도 숨을 못 쉬었어. 근데 지금처럼 부숴지기 쉬운 때는 오히려 큰 불안도 아무렇지 않게 넘겨. 숨을 쉬는지 못 쉬는지 그런건 안중에도 없을만큼 아무렇지도 않아."
"..."
"그래도 만족스럽진 않아. 난 여전히 내 불안이 무서워. 불안하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넌 한 번도 불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보지 못했기 때문이야."
"..."
"불안하다고 죽지 않아. 불안하면 불안하면 돼. 온갖 고상하고 우아한 수식 어구 붙여서 스스로를 고독하고 대단한 영웅인 것처럼 만들지마. 너는 불안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보지. 그리고 내가 불안을 견딜 수 있는지 없는지 염탐하려는 네 의도가 너무 빤해. 내가 내 불안을 어쩌든 신경쓰지마. 성가셔."
"쳇, 그냥 따뜻한 위로도 못하냐?"
"싫다며... 난 성가신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아."
- Total
- Today
- Yesterday
- 라울 뒤피
- 바벨
- 노트르담 성담
- 김녕해수욕장
- 조너선 사프란 포어
- 영화
-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 클린튼 이스트우드
- 신성한 괴물들
- 잔느 에뷔테른
- 미스 리틀 선샤인
- 아크람 칸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 이아고와 오델로
- 연극
- 몽마르뜨
- 신년계획
- 오래된 정원
- 염쟁이 유씨
- 숏버스
- 실비 길렘
- 아람미술관
- 아버지의 깃발
- 제주도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2006년 정리
- 모딜리아니
- 빠진
- 존 카메론 미첼
- 퐁네프 다리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