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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화난 사람

플라밍고 2007. 6. 29. 01:36

얼마나 됐을까, 대략 한두달 정도 돼간다. 난 화가 나있다.

대체 왜, 무엇때문에 화가 나는지 알 수가 없다. 특별한 일도 없었다. 물론 화가 날 만한 자잘한 일들이 있으나 그때 그때 화가 나는 것이 아니다. 난 요새 늘, 줄곧 화가 나있다. 하루종일, 그리고 매일 화가 나있다.

근원을 모르니 답답할 노릇이며 또 그 때문에 화가 난다. 줄곧 화가 나 있는 상태이므로 누군가 건드리기만 해도 짜증내고 심술내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어른은 그러면 안되는 것이기에 겉으로 화내지 못하여 더욱 화가 난다. 하다못해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사람들에게 이유없이 화가 나기도 한다. 내 곁에 섰다는 것이 불편하다. 내 참....

원래 내 '공간'에 예민한 편이다. 다른 사람의 몸이 내 몸에 닿는 것은 물론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것도 싫다. 만원버스 같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가 아니라, 공간이 충분한데도 모르는 사람과 가깝게 있는 것이 싫다. 예를 들어, 운동을 끝내고 샤워를 할 때, 많고 많은 샤워기를 놔두고 내 옆에서 샤워하는 경우를 말한다. 정말 끔찍하다.

아무튼 늘 화가 나있는 나는, 공간 뿐만아니라 내 '것'에 대해 무척이나 예민하게 굴고있다. 내 시간, 내 공간, 내 관계, 내 돈 등등. 조금이라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내가 소유했든 아니든,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 침범당하거나 침범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닥치면, 갈고 닦은 가시를 사방을 향해 뻗어낸다. 게다가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려 하고있다. '걸리기만 해봐' 하고 있다.

나와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부적절하게 혹은 과도하게 화풀이를 하고 있다. 알고있지만 그래도 화가 나고, 나름대로 억눌러도 티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무엇때문에 화가 났을까. 타인에게는 너그러운 척, 우아한 척 하느라 애쓰지만 늘 화가 나있는 나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터이다.

도쿄가서 커다란 풍선이나 불고와야겠다. 이왕이면 이유를 알아내서 풍선에다가 다 뱉어놓고 도쿄에다 놓고 올란다. 더이상 화내기 싫다. 효과가 있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