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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데미안 라이스 때문이다

플라밍고 2007. 2. 4. 21:35

1년만인가 보다, 이런 기분. 반갑기까지하네, 거참...그간 무료했었나보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짜증내고, 건드리기만 해도 으르릉거리고, 무관심의 극치를 달렸나보다.

무슨 조화인지 몰라도 이젠 짜증에, 신경질에, 무관심에, 무료함에 더하여 불안하기까지 하다. 우울인가? 불안인가? 외로움인가? 그런거 구분할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아무튼 새로운 감정의 등장이 반가울 따름이다. 진심이다. 닥터 하우스 말대로 새로운 것은 좋은 것이다. 오랜만에 어딘가 가고 싶어지기도 하고, 찐하게 청승도 떨어보고 싶은게 긍정적인 변화다. 올해 소비의 키워드가 '우울'이라더니, 역시 난 유행에 뒤지지 않는게다. 증거는 많다. 하나는 갑자기 무엇이든 지르고 싶은 충동에, 책을 왕창 사들였다. 주문한 책을 다 읽기 전에는 책을 사지 않기로 새해다짐했는데도 말이다. 그깟 다짐쯤이야... 둘은 보리스 에이프만의 백만분의 일에 미치지도 못하는 발레공연이라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이러다 또 패키지로 질러버리지 싶다. 셋은 졸린데도 깊이 잠이 안들어서 좀 더 힘든 운동을 시작해볼까 생각중이다. 저번주에 세달치 헬스를 재등록했는데도 말이다. 그 밖에도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리 큰돈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몇가지 충동구매를 한 후 끝날 것이다.

당분간 이 감정의 실체와 원인을 밝히는데 최선의 노력을 할것이다. 이게 은근히 수수께끼 퍼즐같이 재미있다. 이제 혼자서 노는데 경지에 올랐나보다. 이것도 축하할 만한 업적이다.  

엉뚱하고 발랄하고 귀여운 '수면의 과학'때문인지,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상냥한척 하느라 힘겨워서인지, 날 오해하는 사람들 틈에서 내가 나를 오해하는 것이 아닌가를 의심해서인지, 술 취한 사람들이 싫어서인지, 3주 동안 운동을 안해서인지, 데미안 라이스 때문인지...

결국은 데미안 라이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