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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 캐릭터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고, 무엇보다 무게중심이 다르다.
사실 무간도는 전반적으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뚜렷이 기억하는건 양조위의 표정. 양조위 최고. 너무 심하게 팽팽한 유덕화는 아웃. 그리고 그 어둡고 침침한 특유의 느와르 분위기. 느와르 분위기야 헐리웃이 따라갈 수가 없지 않을까. 하지만 전체적으로 뚜렷한 인상이 없다는건 좀 산만했다는 얘기다. 홍콩 느와르가 늘 그렇듯 감정이 지나치다. 초딩때는 영웅본색을 보면서 화면 밖으로 넘실대는 감정에 꺼억꺼억 했지만 이제 좀 귀찮다.
디파티드는 일단 감정이 깔끔하다. 그래서 캐릭터도 뚜렷하다. 훌륭한 편집과 확실한 캐릭터 설정은 헐리웃의 장점이다. 웬만한 헐리웃 영화에서는 대개 이 두가지는 크게 실망스럽지 않다. 말할 것도 없는 잭 니콜슨의 연기. (대체 이 배우가 보통 사람 역할을 한 적이 있던가?) 맷데이먼의 캐릭터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다른건 디카프리오. 개인적으로 양조위의 그 애잔하고 고독한 표정에 매료되어 있어서인지 몰라도, 디카프리오의 캐릭터보다는 양조위가 좋다. (디카프리오도 한때는 나를 극장에 앉아 연달아 4번을 반복해서 관람하게 한 장본인이긴 하다.) 하지만 빌리 코스티건만의 매력이 있다. 젊고, 불안하고, 깊이가 없다. (깊이 없이 붕~ 떠있는 듯한, 방황하는 젊은이인 듯한 느낌은 분명 매력이 아닐까.) 대체 몇살인데 아직까지 젊은거야?! 양조위가 좀 더 끈적끈적하게 절망하고, 포기한듯 아닌듯 모호하면서도 깊이있게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면, 디카프리오는 단순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디파티드의 무게중심이 빌리 코스티건 보다 프랭크에게 집중되어 있어서일 것이다. 무간도에 비해 캐릭터가 간결하고 깔끔하다. 무간도의 진혜린 캐릭터가 참 군더더기 같게 표현된 것을 디파티드는 보완하더라.
무간도가 역할과 상황이 뒤바뀐 두 젊은이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룬다면, 디파티드는 인종과 지역 감정, 빈부 격차 등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개인의 아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간도가 후반전인라면 디파티드는 전반전인 듯한 느낌. 무간도는 이미 역할이 뒤바뀌어 버린 두 젊은이의 정체성 고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여준다면, 디파티드는 왜 두 젊은이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됐는지에 대한 원인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그래서 무간도가 오바스러운 감정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깔끔했다. 그에 반해 디파디드는 극적요소가 보다 풍부하고 스타일과 캐릭터가 간략해졌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장황하다.
리메이크작은 내게도 부담스럽다. 전작과 어떻게 다른지에 집중하게 되어서, 작품 외적인 면만 볼 수 있다. 그것이 좋다는 사람들이 있다. 감독마다 어떻게 영화가 다른지 찾아내는 즐거움. 그러나 나는 왠지 좀 아쉽다. 전작을 잊고 봐줄 수가 없으니까. 무간도와 디파티드가 분명 다른 매력을 지녔지만, 그래도 뭔가 채워지지 않은 느낌.
; 안정적이고 자신만만한 콜린보다는 혼란스럽고 깨어질듯 불안해 보이는 빌리에게 호감이 가는건 디카프리오나 양조위 때문일까, 아님 아직도 10대 소녀 감성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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