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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5년 연간계획 총정리

플라밍고 2026. 1. 1. 20:31

 

작년에 포스팅한 글이 신년계획뿐이었다니. 

역대급으로 바쁜 한 해였기도 하고, 논문을 제외하고는 글을 읽고 쓰지 않았기에 블로그도 소홀했다. 

그래도 매년 하던 것은 하는 편이라. 올해도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될지도 모르는 작년 계획 정리!

 

#1. 2025년 연간계획 총정리

 

1. 요리
대체로 감각이 예민한 편은 아니라 미각 역시 그닥. 그래서 (생선을 물에 빠뜨리는 것만 빼면) 딱히 맛 없는 것이 별로 없고, 맛에 까탈스럽지 않은 편. 맛 보다는 건강하게 먹을 필요가 느껴지기에 사먹는 음식 말고 정성들여 요리를 해보는 것으로. 주 1회, 한끼 목표. 요즘도 조리가 필요하지 않은 야채찜 정도는 해먹는 편.

→ 전혀 실천하지 못함. 야채찜 한번 해본 적 없음. 매달 가스비 700원대 나옴. 올해는 요리 계획도 없음. 내게는 요리에 '정성'을 보일 능력도 없고, 가치도 모르는 것 같음. 건강한 식습관에 대해 고민을 하긴 함. 
 
2. 승진 준비(?)
승진에 필요한 조건을 살펴보고, 올해 안에 조건을 채워보는 걸로. 일단 월간 논문까지는 어려울 듯 하고, 격달 논문 발표를 목표로. 년 6편. 그 중 적어도 1편은 SCI급으로. 학생지도 논문 제외.  

성공! 역대급으로 바쁜 와중에 미루고 미뤄서 더이상 미룰 수 없었던 논문들을 파트너들의 독촉에 의해 겨우 겨우 작업한 결과 7편 게재 완료, 1편은 심사 과정 중. 이 중 편은 SCI급. 일만 했으면 살짝 억울했을 뻔했는데, 나름의 연구성과도 있었던 한 해임. 
 
3. 운동
올해도 꾸준히 헬스PT 이어갈 예정. 주 2회 PT, 주 2회 개인운동으로 총 4회/주 목표. 지방 5kg 감량, 근육 2kg 증량 목표. 운동하는 이유는 체력증진과 함께 배 나오지 않도록 체형 관리. 수영, 테니스, 골프, 등산, 자이로토닉 등 새로운 운동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아직 그닥 당기진 않음. 한다면 그나마 수영? 난 자유영, 배영, 평영까지만 배우면 만족. 

실패! 365일 24시간 오픈 헬스장이 door to door 5분 거리에 있지만 PT 있는 날이 아니면 가 본적이 없음. 그나마 주 2회 PT도 오전 회의가 있는 날이 많아서 자주 못감. 그 결과, 체지방률은 전혀 변함이 없고, 허리둘레 변화도 없음. 심지어 다른 운동을 배운다고? 현실성 없는 계획이었음. 아주 잠깐 프리다이빙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접근성도 떨어지고 돈도 많이 든다고 해서 거의 포기. 칼로리소모 높으면서도 고요함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하여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4. 여유있는 오전 만들기
매일을 독서로 시작하기. 단 1장 혹은 1줄을 읽더라도 매일 독서로 하루를 시작하는 걸로. 그러려면 아침에 적어도 지금보다 30분은 일찍 일어나야 할 듯. 늘 첫 스케쥴에 맞게 허둥지둥 일어나는 편인데, 여유있는 오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오전 루틴은 독서-운동으로. 더하여, 책을 읽고 나면 책 마지막 장에 짧게나마 감상평 남기기. 

 실패! 논문 말고는 거의 책을 읽지 못함. 책을 사놓기만 하고, 연구실, 사무실, 집 어디든 손 닿기 쉬운 곳에 뿌려두기만 했음. 참으로 이상적인 계획이었음. 작년에는 실패했지만 올해 이어서 도전해 볼 작정임. 당장 오늘부터 실패했지만... 자기 전에라도 읽어야겠음. 
 
5. 새로운 취미 찾기
주로 감상 위주의 소비(?)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내가 직접 체험하는 취미를 만들어볼까 함. 그림(데생, 유화), 악기(기타, 피아노), 목공예, 도예, 사진 등을 생각해 봄. 강의 후 목이 아파서 발성 연습할 겸 노래를 배워볼까도 잠깐 떠올려 봄. 하지만 아직까지는 무엇하나 동기가 크지 않은 편. 그래도 몇년 전부터 체험하는 취미를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해왔음. (일과 관련된 것이 아닌 이상) 뭐든 머릿 속에 떠오른 후 한참이 지나야 실행을 하는 편이므로 스스로도 무엇에 끌릴지 지켜보고자 함. 

실패! 물레로 도자기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 한 번 체험한 것이 끝. 심지어 감상하는 취미도 거의 못 함. 연초에 예매해둔 공연들도 바빠서 못가고, 대부분 엄마에게 양도함. 그래도 엄마가 현대무용, 오케스트라 공연을 즐겨줘서 다행임. 새로운 취미 찾기 계획은 올해 이어서 도전! 
 
6. 척하지 않기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피하지 않기로. 아직 지지고 볶는 것은 자신 없지만 누군가의 결핍을 비판없이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생긴 듯함. 꽤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각자의 결핍이 결국 그 사람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이해함. 이젠 언제인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그때, 신촌역에서 삼화고속을 기다리며 새겼던 '다시는 나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하지 않겠다'라는 다짐은 무르고, 아니 에르노가 말하는 무익한 수난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러기 위해서 솔직하기로. 내 안의 모든 것을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있는 것을 없는 척, 없는 것을 있는 척 하지는 않기로. 

나아짐. 무익한 수난을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하였으나 '수난'이라고까지 할만한 순간들은 없었음. 하지만 내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행동함. 전에는 하지 않았던 시도였다는 점에서 만족함. 하지만 시도까지였고, 그 과정 중에 충분히 솔직하지는 못했던 것 같음. 이 계획도 올해 이어서 도전! 마음에 드는 도전임. 

 

#2. 2025년 나의 3대 뉴스

 

1. 수술

예방(?) 차원의 수술이었지만 전신마취 수술은 처음이기도 했고, 그 이후로 체력이 많이 떨어짐. 수술때문인지 갑자기 바빠져서인지 노화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술 이후 체감하는 체력저하가 상당했음. 노화절벽에서 떨어졌나봄.

 

2. 새로운 역할

여름부터 새로운 부서장을 맡게 되어 고군분투 중임. 내 전공과 관련 없는 Tech 집중적인 업무들을 하다보니, 회의 중에 용어도 못 알아듣고 무엇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는 대혼란을 겪음. 그나마 예전에 비해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심이 늘었고, 내 역할이 실무자가 아니라 관리자임을 인지하고 있는 편이라 정신적 스트레스는 덜했으나 육체적 피로가 상당했음. 일단 빨리 배워야 하니까 온갖 회의에 참여하면서 돌아가는 분위기를 익히려고 했고, 가지수가 많은 부서 내 업무들과 담당자들 성향을 파악한다고 사람들을 많이 만났음. 다행히 부서 직원들이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내가 무뎌서 큰 일이라고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음) 나에게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에너지가 드는 일임. 

거의 내 연구실에서 조용히 지내면 되는 생활이었는데, 부서장 하면서 여러 회의에 다니다보니 아는 사람들이 많아짐. 나름 성실한 편이라 매일 출근하여 나를 찾는 사람들의 요구에 최대한 응하고자 하였음. 이제 7개월만 더 하면 끝! 기한이 정해져있으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듯. 안그러면 지금과 같은 무리를 하지는 못할 듯.

 

3. 이직 후 첫 지도학생 논문심사 통과

이직 후 첫 지도학생들이 논문심사 통과함. 지도학생들의 첫 논문심사라 한 명 한 명 상당히 꼼꼼하게 지도했음. 학생들의 발전을 바라보는 것이 매우 보람되기도 했지만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챙기는 것이 상당히 버겁기도 했음. 내가 논문 쓸 때와 우리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일일이 챙겼는데, 올해부터는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음. 학생들 각자의 역량에 맞게끔 자신의 논문을 완성해 가도록 기다려....주고 싶은데!! 연구중심대학도 아니고 그렇게 기다려주다간 학생들이 원하는 기간 안에 졸업할 수가 없을 것이 자명함. 그래도 혹독한(?) 논문지도를 버티고 나름 완성도 높은 논문을 써낸 지도학생들에게 감사함. 아직까지는 만족스럽지 않은 논문을 내놓은 학생들이 없는 거 보면, 그들도 짧은 시간 안에 상당한 고통을 견뎌낸 결과일거라 생각함. 학생들 덕분에 나도 내가 하는 일을 더 잘해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됨. 나의 교육목표는 청출어람이지만 학생들이 쉽게 나를 뛰어넘을 수 없도록 나도 늘 열심히 공부하려고 함. 

 

 

종합적으로, 2025년은 거의 일에 파묻힌 한 해였음. 

늘 누군게에게 쫓기고 마감을 넘기고 사과하고 있음. 일의 양도 많긴 하지만 일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임. 여전히 일 욕심이 있는 편이라 교육, 연구, 상담, 학교 일, 학회 일, 기타 외부 기관과의 협력 등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임. 크게 돈 되는 일들은 아니지만 내 활동이 우리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았고,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들은 배운다 생각하고 다 받았음. 그러나 이제는 나의 체력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지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빠르게 잘해낼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음. 그래서 과거에는 나 혼자 사부작 사부작 휘리릭 해버리면 그만인 일들을 적당한 사람에게 나누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함을 받아들이고 있음. 물론 내가 하는 것처럼 만족스럽진 않을 때가 많은데, 때때로 내가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경우도 발견함. 

일을 많이 한 만큼 여러 장면에서 성과가 있기도 했지만 올해는 작년과 달리 살아보려고 함. 외적인 성과보다는 나를 돌아보고 돌보는 휴식의 시간을 갖고자 함. 스스로 달리는 것보다 멈추어 있는 것을 더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직면하기로. 굿바이, 20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