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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끌리는 사람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리', 드라마 <닥터 하우스>의 '하우스', 이승우 소설 <생의 이면>의 '박부길', 존 쿳시의 소설 <야만인을 기다리며>의 '치안판사'와 <추락>의 '루시' 등.
이런 캐릭터들에게 맥을 못춘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슬퍼도 슬퍼할 면목조차 없기에,
속죄하듯 가능한 모든 쾌락을 지우고 인생을 묵묵히 버텨내는 사람들.
죽는 것도 죄스러워 고스란히 삶의 무게를 받아내는 사람들.
내면을 텅 비어내 버린채 무참히 그저 견뎌내는 사람들.
이런 캐릭터들에게 눈을 뗄 수가 없다.
불평도 하지 않고 힘들다고 말도 하지 않지만 무참하게도 텅 비어버린 눈빛에 끌린다.
영화나 소설과 같은 허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더라도 (물론 드러내지 않아도 다 티가 나겠지만) 주변의 이런 사람들에게 난 유독 끌린다.
그들에게서 나를 보기 때문인데 그 반응양식이 나와 닮았다.
그래서 그런 반응양식을 누군가에게서 발견할 때면 한동안 가슴이 진정되질 않는다.
오늘 집단상담을 마치고 나서도 두근거리는 가슴이 한동안 진정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가야할 길이 멀다고 느껴진다.
혼자서 힘겹게 고군분투하느라 애쓰며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오늘은 더욱 애처롭고 쓸쓸하면서도 아름답다.
나이가 들었는지 정말 주책이다.
그 눈빛들 하나하나가 퇴근길 내내 잊혀지지 않는 것이, 쉽사리 진정이 되질 않는다.
#2. 봄
봄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세상이 반짝거리는 것만 같은 봄이다.
여름의 짙은 초록 보다도 봄에만 볼 수 있는 그 싱그럽고 부드러운 초록이 다시금 나를 설레게 한다.
이 기운의 힘을 빌어 논문을 써야지.
내 인생에서 최근 4개월은 분명한 휴식이었다.
이젠 다시 시간에 쫓기며 긴장과 압박감 속으로 들어가야 할 시기인데,
어차피 겪어야 할거라면 단기간에 바짝 겪는 게 나을 것 같다.
또다시 4개월 후에는 내 인생에 무엇이 펼쳐질지 궁금할 따름이다.
일하면서 논문 쓰면서 프로젝트 하면서 자격증 준비도 다 할거지만 딱히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몸과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내 삶이든 타인의 삶이든 누군의 삶의 조각조각을 들여다보는 것이 너무 슬퍼서 안되겠다.
다시금 벼랑끝에 나를 몰어넣어서 슬플 틈을 주지 않는 것이 내 딴에는 더 쉽다.
바보, 병신, 머저리. 나아지겠지...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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