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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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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밍고 2016. 7. 9. 14:36

 

 

이걸 어쩌나... 아, 하기 싫다...

교안 만들기도 싫다. 13번이나 남았는데 진짜 하기 싫다.

갑작스러운 여유에 적응이 안된다고 징징댔는데,

적응못할 여유따위 나에게 아깝다는 건지 곧장 사라졌다, 그 여유.

또다시 산더미처럼 쌓여버린 일거리에 파묻혔다.

그렇지 뭐. 늘 그랬는데 뭐.

 

며칠 전에 꿈을 꿨는데,

어딘가에 잠깐 정차하여 운전석에서 좌석을 뒤로 젖히고 쉬고 있었다.

조금 후에 웬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내 차 주위를 돌면서 차 안을 살펴보는데,

썬팅이 짙게 되어 있어서 밖에서 안이 잘 들여다보지 않는 것 같았다.

뭔가 수상쩍었으나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고 계속 쉬고 있는데,

갑자기 그 수상한 남자가 렉카로 내 차를 통채로 끌고 가는 거다.

아마도 차 안에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차를 훔쳐가는 것 같았다.

순간 '아, 또 귀찮은 일이 생겼네...'라는 생각과 피곤함이 밀려왔다.

운전석에 누워있는 채로 119에 전화를 걸어서 신고를 했는데,

119에서 매우 성의 없이 움직이는 차량은 위치추적이 어렵기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거다. 

그게 말이 되냐, 그럼 난 어떻게 하냐라고 짜증을 섞어 항의를 했는데,

이건 위험을 앞둔 사람의 심정이라기보다는 택배 잘못왔을 때 항의하는 짜증난 심정이었다.

119에서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냥 차에서 뛰어내리는 게 최선일 거라는 말같지도 않은 조언을 하기래,

됐다고,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전화를 끊고는,

왜 또 이렇게 귀찮은 일이 생겼는지...하면서 차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이 얼마나 상징적인 꿈인지.

원래 꿈 잘 안꾸는 편인데, 때때로 내 무의식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대놓고 나타난다.  

 

#1. 첫번째 상징

쉰다는 게 겨우 정차한 차 안에서 운전석 뒤로 젖히고 누워있는 거다.

언제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정차된 차 안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 상태, 그게 지금 내 상태다.

여유는 무슨. 여유가 생겨도 어떻게 쉬는지도 모르는 멍청이.

 

#2. 두번째 상징

수상한 사람이 나타나고, 내 차가 도난당하고, 심지어 나까지 어딘지 모르는 상태로 끌려가는 중인데,

여기서 자연스러운 감정은 무서움, 불안 아닌가?

하지만 꿈 속에서 나는 피곤함, 귀찮음이 다였다.

평소에도 내 감정을 자각하기보다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편으로,

내 감정은 억압하는 편이다.

내가 무엇을 경험하는 것보다는 문제 해결에 급급하다보니,

즉 Being 보다는 Doing에 초점을 맞추고 살다보니,

정작 삶의 의미, 가치를 놓칠 때가 많다.

그게 재미인데, 그 재미를 놓치고 있으니 권태로울 수 밖에.

 

#3. 세번째 상징

119에 신고한 것은 매우 정확하고 합리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보통 가까운 사람에게 전화를 걸지 않나?

혹은 우선 119에 전화를 걸었다가도 도움을 받지 못할 것 같으면 가까운 사람에게 전화를 걸지 않나?

119에 전화를 걸었으나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니 혼자서 해결한다.

평소 웬만하면 혼자서 해결하고자 하는데,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익숙치 않은데,

이렇게까지 굳이 혼자서 해야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말이다.

주변에 믿을만한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날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줄 사람들에 대한 믿음도 있는데,

굳이 꼭 그렇게 알아서 혼자서, 말이 좋아서 독립적으로 살아내야 할 필요가 있나.

누군가에게 내 손을 기꺼이 내주려고 하는 편이나

그는 역으로 내가 그토록 바랐던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바랐던 딱 그 도움을.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도울 수 있으리란 믿음과 기대는 없.다. 

 

상담이 직업인지라

타인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없는 이유, 그 이면에 숨겨진 두려움, 그 두려움이 발생한 개인적 역사,

그로 인해 내가 감당해야 할 삶의 어려움, 변화 동기, 변화의 방향, 변화를 이뤄내기 위한 전략 등을

모르지 않는다.

 

몰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그렇다고.

교안 13개 만들기 싫어서 그냥 이런저런 넋두리 중이다.

내가 다시는 동영상 강의 하나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