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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설렘

플라밍고 2016. 6. 2. 23:43

 

 

#1.

당시엔 너무 추웠고, 빗길이 거추장스러웠는데.

느닷없이 이 사진이 그리웠다.

생각해보니, 그때 참 낯설고 설렜던 것 같다.  

기억은 사실과 다르다.

 

#2.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겨우 프로포절 준비를 시작했는데,

난 이 연구가 참으로 신나고 재미있다.

내 20대를 삼켜버렸던 진로불안을 이해하고 싶고,

앞으로 평생 이 연구를 하고 싶어서 설렌다.

 

오랜만에 내일 아침이 기다려진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흥분시켜줄 무언가를 발견할 것만 같다.

난 이 상태가 참 마음에 든다. 

보장도 확신도 없지만 내가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좋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늘 그래왔듯,

아름답고 설레는 일들을 찾을 줄 알았다.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내 주위에서 설렘을 발견해 나갈 수 있음이 더없이 감사하다.

 

#3.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의 고통에 잠식되어있음에도 어떻게든 그 고통을 직면하려고 애쓰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사실과는 다를지라도 그들은 자신의 주관적 세계 안에서 실제로 죽을 것 같은 공포를 경험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을 마주하지 않고서는 벗어날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몸부림친다.

그들의 그 치열함을 마주할 때마다 그 날카로운 감동은 형언하기 어렵다. 

난 그저 그의 아름다움, 곧 그의 절박함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이다. 

내가 내 기억에 내 감각에 그들을 오롯이 새기는 것이다.

 

나에게도 내 절박함을 바라봐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목격자가 필요하다.

나의 고통을 새겨주고 나의 설렘을 함께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stand by me.

 

나를 아끼는 사람들을 안다.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맥주 한 캔에 취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