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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시엔 너무 추웠고, 빗길이 거추장스러웠는데.
느닷없이 이 사진이 그리웠다.
생각해보니, 그때 참 낯설고 설렜던 것 같다.
기억은 사실과 다르다.
#2.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겨우 프로포절 준비를 시작했는데,
난 이 연구가 참으로 신나고 재미있다.
내 20대를 삼켜버렸던 진로불안을 이해하고 싶고,
앞으로 평생 이 연구를 하고 싶어서 설렌다.
오랜만에 내일 아침이 기다려진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흥분시켜줄 무언가를 발견할 것만 같다.
난 이 상태가 참 마음에 든다.
보장도 확신도 없지만 내가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좋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늘 그래왔듯,
아름답고 설레는 일들을 찾을 줄 알았다.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내 주위에서 설렘을 발견해 나갈 수 있음이 더없이 감사하다.
#3.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의 고통에 잠식되어있음에도 어떻게든 그 고통을 직면하려고 애쓰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사실과는 다를지라도 그들은 자신의 주관적 세계 안에서 실제로 죽을 것 같은 공포를 경험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을 마주하지 않고서는 벗어날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몸부림친다.
그들의 그 치열함을 마주할 때마다 그 날카로운 감동은 형언하기 어렵다.
난 그저 그의 아름다움, 곧 그의 절박함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이다.
내가 내 기억에 내 감각에 그들을 오롯이 새기는 것이다.
나에게도 내 절박함을 바라봐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목격자가 필요하다.
나의 고통을 새겨주고 나의 설렘을 함께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stand by me.
나를 아끼는 사람들을 안다.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맥주 한 캔에 취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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