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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마음 안 잡히는 날

플라밍고 2014. 3. 16. 23:42

이번 주에는 해야할 것들이 많은데, 참 하기가 싫다.

계속 딴짓거리 중이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머릿속이 복잡하다.

 

첫 번째 이유는 초반에 너무 내달린 덕분이다.

지난 2주 동안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랴, 첫 주 수업 준비에 긴장하긴 했다.

수업 준비가 재미있어서 무리하긴 했다.  

너무나 피곤했는지 첫 수업이 끝나자마자 넉다운이다.

아직 남아있는 일정들이 있는데 2주 만에 이렇게 넉다운이 되어서야....

 

두 번째 이유는 가족이다.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기숙사가 외롭기도 하여 집에 다녀온 것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난 쓸모가 없는 것 같다"라며, 어린아아처럼 징징대는 여리디 여린 엄마의 넋두리를 듣는 것이 지겹다.

엄마를 사랑하기도 하지만 엄마에게 불만도 많은,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는 내가 온전히 엄마를 들어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난 가족에게조차 상담자이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딸마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이렇게 살아봐야 뭐하냐며 내게 책임을 전가한다.

정말 지겹다.

 

오래전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물론 예전보다는 덜 휘둘리기는 한다.

하지만 한 번씩 '왜 스스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면, 화가 나서 미치겠다.

나는 엄마가 피곤할까봐 징징대보지도 못했는데, 엄마는 엄마가 돼서 저렇게 징징대고 싶을까...

 

더불어, 정말 걱정이 된다.

단순히 징징대는 것이 아니면 어쩌나.

가족 누구에게도 그 깊은 슬픔을 이해받지 못한 심정이 어떤 것일까.

난 징징대지는 않지만 그래도 온전히 나를 사랑하는 엄마가 있는데, 엄마한테는 누가 있을까.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줄 순 없는데, 난 딸이고 싶은데.

 

늘 그게 가장 힘들었다.

난 딸인데, 딸의 역할 이상의 것을 해야할 것 같은 부담감.

엄마를 걱정하는 것도, 딸의 위치에서만 걱정하고 싶다. 

엄마에게 딸로서 걱정과 애정을 보이긴 하겠지만, 엄마를 직접 만나는 것은 잠시 미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