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1. 난 네가 싫어!

 

교유분석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나를 반성하고 최대한 타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고 되도 않는 시도를 해보았는데,

안할란다.

싫은 건 싫다.

내가 옳고 그가 틀려서가 아니고,

혹은 그 반대여서도 아니고,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싫다.

 

뭐가 싫으냐고?

공과사 구분 없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싫다.

경계가 모호하여 경박하게 자기 멋대로 나의 경계를 침범하는 것이 싫다.

개인적인 정서적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해 나를 이용하는 것이 싫다.

사랑의 범위가 편협하여, 주된 애정의 대상이 아닌 나에게 서슴없이 무례하게 구는 것이 싫다.

타인의 선의를 이용하여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태도가 우스꽝스럽다.

어떤 주제든 결국은 자기 이야기로 모든 화제를 돌리고야마는 유아적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싫다.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서 너무나 얄팍하게 공익을 들먹이는 것이 천박하다.

그 밖에도 많지만 이 정도로 대충 마음이 풀린다.

 

난 그가 경박하고 천박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속물스러움이 때때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안다.

전혀 책임감 없어 보이나 그의 언행이 진심이 아닌 계획된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진심이 수시로 바뀔 뿐이겠지.

 

그래서 싫다.

수시로 바뀌는 진심은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고,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는 사람은 믿을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을 가까이 두고 싶지 않다.

 

그에게 해를 끼치고 싶진 않다.

그 나름대로 가장 유용한 삶의 전략일테고,

다만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지 그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놀랄 것도 없는 에피소드가 쌓여갈 때마다,

'저런 사람이구나... 여지없이 그렇구나...'라는 것을 확인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

내겐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

더이상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사람.

필요가 아니라면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굳이 도와주고 싶지도,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다.

 

 

#2.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By Julian Barnes

 

".....나는 인생의 목적이 흔히 말하듯 인생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님을 얼마의 시간이 걸리건 상관없이 기어코 납득시키 끝에, 고달파진 우리가 최후의 상실까지 체념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데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책장을 덮자마자 다시 처음부터 읽게 만든다더니 정말 그렇다.

이 책이 주는 확실한 질문은,

'내가 과연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인가' 이다.

 

일단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이지?

그 사람이 나인가?

왜곡이 전제된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나-내가 생각하는-는 실제로 존재하는가?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 실재하는 나는 누구인가?

 

철학자와 늑대에서 말하는,

순간적인 존재,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실에만 사는 존재일 수 없다면,

사람은 시간의 연속선상의 존재라면,

'내가 과연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인가'에 대한 답은 알 수 없다.

생각의 시점이 순간이 아니므로 '그 사람'이란 왜곡된 과거의 일부,

혹은 미래에 되고 싶은 이상형의 일부일뿐,

그 언제도 순간의 '나'로서 온전한 답을 얻을 수가 없을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인데,

그것이 돌아돌아 다시금 내 앞이다.

 

"..........아무 이유도 목적의식도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후, 죽음만을 유일한 필연으로 맞이하게 되는 것이 인간 존재의 조건이다. 자유란 어쩌면 이런 인간 운명의 비극적인 필연을 성찰할 줄 아는 능력을 일컫는 다른 말인지도 모른다."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