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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 내 계획과 상관없이 변수들이 생긴다.
내가 세운 1년 계획은 벌써부터 큰 틀이 흔들린다.
어찌해야 할까... 고민을 하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불편하지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은 우연의 가능성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운 신세계도 있는 법이다.
그 놀라운 신세계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씩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매번 내가 가진 대안 중 최고를 찾으려고 애썼는데,
생각해보면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보기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사실상 무엇을 선택해도 서로 다른 매력적인 길이거늘,
쓸데없이 '최고'를 선택하고 싶어 안달이다.
이번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더구나 나를 인정해주고 필요하다 해주는, 유례없는 특혜까지 제안받았는데,
참으로 감사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그러게, 일단은 감사하고 볼 일이다.
감사의 마음과 별개로, 중요한 것은 그 제안이 '내가 원하는 것인가'이다.
나한테서 가장 부족한 부분,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
늘 이것이 문제이다.
난 대체 무엇을 원하느냔 말이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무엇'을 원하는냐보다 '언제' 원하느냐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므로 매번 조급함이 따라다녔다.
시간의 제약때문에 내가 원하는 '무엇'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며
'언제' 원해야 하는가에 따라 의사를 결정하곤했으니,
이런게 주객전도지 않나.
어찌됐건 더이상 식상한 자기반성은 그만두고,
당장 15일 후의 선택을 위해서,
난 지금 무엇을 원하는 지를 꼼꼼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고 제안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그 어느 쪽도 해가 될 것은 없다.
늘 선택으로 인한 장점보다는 선택으로 인한 단점을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내가 생각한 것만큼 엄청나게 두려운 현실은 사실 별로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가는 중이다.
무엇으로 인한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불확실한 미래가 그리 걱정되진 않는다.
불확실하지만 예측하지 못하는 곳에 신세계는 있는 법이니까.
불확실하다고 넋놓고 멀뚱하게 있을 내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까.
내가 변덕스럽고 겁도 많고 그래서 말도 안되게 멍청하게 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 노력이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더불어 내가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언제'가 아니라 '무엇'을 찾는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그래야 공자 말씀대로 마흔에는 혹함이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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