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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타드레스의 테라스: Terrace at Saint-Adresse>, Claude Monet, 1866
#1
요즘 햇살이 참 좋다.
소풍가고 싶다.
토요일에는 근무 끝나고 집에 가는데 여의도의 불꽃놀이가 멀리서 보이더라.
상쾌한 바람이 부는 토요일 저녁이 어찌나 평화로운지...
그렇게 평화롭고 안정된 요즘에,
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F는 매일 똑같은 상태는 죄악이라며 하루라도 발전하지 않는 자신을 견딜 수가 없다고 하던데,
그이 말대로라면 난 매일 매일이 죄악이다.
빈둥대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나역시 쉽지는 않으나 난 가끔씩 빈둥대는 사람이다. 어쩌겠는가.
생타드레스 해변에서 한가로이 바다를 구경하며 하루를 빈둥대고 싶은 마음만 굴뚝이다.
#2
그와 대화하면서 그를 통해 나를 본다.
자기 자신에 대해 느끼는 핵심적인 판단을 자기감이라고 한다면,
그 자기감을 형성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부모인 것은 당연하다.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그 어떤 자기감을 가지고 있든 기능적이고 적응적이기만 하면 그만이다.
권경인 선생님은 현대인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을 '자기애'라고 하였다.
그러게... 결국은 부족한 자신을 거대하게 포장할 수 밖에 없는 자기애가 문제의 발단이다.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무시하거나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서 거절하거나
화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먼저 화를 내거나
외롭기 싫어서 쿨한척 하거나
상처받기 싫어서 상처주거나
툭하면 상처받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거대하고 대단하게 포장해야만 하는 안쓰러운 노력들이
그만의 것은 아니다.
애잔하면서도 동시에 씁쓸하다.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얼마나 들이부어야 만족할까.
얼마나 믿음직한 증거들을 제시해야 만족할까.
과연... 결국엔 믿을까?
나는... 믿나?
#3
수영을 등록한 이후로 심하게 피곤하다.
운전하면서도 너무 피곤하여 학교까지 한 번에 가지 못하고 중간에 쉬다 갈 정도이다.
운동 1시간을 감당하지 못하는 저질체력도 짜증나지만
이렇게까지 피곤해하며 해야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엉덩이 쳐지는 것도 싫고,
특정 부위에만 살이 찌는 것도 싫고,
몸이 굳어가는 듯한 느낌도 싫다.
하긴 할꺼다.
물이 무섭다, 난.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라던데, 그게 어떻게 하는거냔 말이다.
물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물을 믿을 수가 없다.
물 속에서는 숨도 쉬지 못하고 안전치 못한 곳이라는 생각에
불필요하게 버둥거리니 피곤하지 않을 수가 없다.
1시간 운동 끝나고 나면 온몸이 뻐근하다.
망할놈의 생각들...
물도 못 믿고, 내 몸도 못 믿고...
'불신지옥'이 이것이로구만.
이 말이었어.
언젠가 물과 한몸인양 자유롭게 움직일 날이 올거야... 올테지... 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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