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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샘

플라밍고 2010. 6. 5. 14:40
기력이 쇠했다.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저질체력이 되어간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줄만한 사람이 곁에 있는지 걱정되네요" 

뭐라는거야...
앞뒤없이 달랑 저렇게, 무책임하게 뭐라는거야...
마치 무엇을 안다는 듯이, 다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이, 뭐라는거야...
혹시나 다 알고 있어도, 다 들여다 보여도, 입 다물라고.
뭔가 알아야 한다면 당신이 아니라 나일테니 당신은 입 다물라고.
대충 아무렇게나 찔러보듯, 이런 화법은 정말 싫다.
혈액형별 성격유형같은 화법.
아무렇게나 말해도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화법.
용하고 싶은가?

오케이.
내가 필요로 하는 도움이 무엇인지 알아.
그리고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것도 알아.
그래봐야 소용없을테고, 결국은 실망만 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라구.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너무 거대해서 그만한 능력자가 없을 수도 있고,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너무 사소해서 거절당하고 창피할게 뻔하기 때문에 싫다고.
그래서 나혼자 바둥바둥 거리다 지쳐가는 걸 알아.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누군가의 든든한 어깨를 기대하는 것도 알아.
그리고는 결국,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현실에 소외감을 느끼고,
서러워하며 외로울 것이 뻔하다는 것도 상상할 수 있어.
됐지?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왜 몰라.
삶을 구성하는 것은 그것들이 전부가 아니라서,
삶을 버텨내는데 때로는 그것들이 별 것이 아니라고.
실망하고, 창피하고, 외로운 것이 뭐가 어때서 자꾸...
할만하니까 하는거야.
그것들이 나를 당신과 구분하는거라고.

자기성찰도 좋고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세상을 돌아보는 것은 어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쟎아.
알 수 있는 것부터 봐야하지 않을까.
모르겠는 것은 몰라야 하는 이유가 있음을 존중해야 알 수 있다며.
가끔씩은 눈을 크게 뜨고 멀리봐도 되쟎아.
내가 점점 미생물이 되어가는 것 같다구.
내가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알도록 하는거라며.
아, 헷갈려. 답답해. 지루해.

내가 원하는 것은, 
단지 잠시만 조용히 해주는 것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