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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기자가 배우 전도연을 인터뷰한 내용 중,
이창동 감독이 "전도연은 참 연기 잘 하는 배우야"라고 말했고, 전도연은 칭찬이었음에도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그 말엔 그런 걸 넘어서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일 테니까요. 감독님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게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배우는 카메라를 들이대면 본능적으로 뭔가 해야 되는 사람들인데도 말이죠. 연기자들은 원래 그런 중압감과 책임감에 시달리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감독님은 그냥 느끼기만 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때까지 느끼기만 해도 충분히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마음 속의 뭔가를 겉으로 표현해야 되는지 알았던 거죠. 근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거에요. 이후 카메라 앞에 설 때 반드시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게 됐어요. 반면에 내가 느끼기만 해도 표현될 수 있다는게 새로운 부담감이 됐죠. 묵묵히 버티고 선 채로 관객으로 하여금 느끼도록 해야 하니까요. 근데 그 부담감은 무척 설레고 좋아요. 이것도 분명 큰 부담이지만, 저는 좋아요."
전도연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저 사람은 정말 끝까지 가보려는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느끼기만 해도 표현될 수 있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도 설렘이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바보같은 부담감을 기어이 안고 주저앉을 뻔했다.
결국 내가 느끼는 것은 잊어버리고 내가 느껴야만 하는 것을 붙잡고 있을 뻔했다.
나를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
내가 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묵묵히 느끼는 것. holding.
책을 읽으면 무엇하나.
미련맞게도 그 곳에 가봐야 안다.
잘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하는 것.
노트북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도중에 잠들어버릴 정도로 피곤하지만,
그래도 노트북을 열어야 하는 이유는,
궁금하기 때문이다.
끝까지 가보지 않고서는 풀 수가 없어서,
내가 기어코 그곳에 닿으려고 바둥거린다.
하지만 그래도 이 시간 내가 하는 짓은,
TV를 켜놓고 이렇게 넋두리하며 어떻게든 연구계획서를 미루는 것.
사람의 말보다는 행동을 믿어야 함을 스스로에게서도 확인하는 중.
내 연구주제가 그렇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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