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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꺼내놓지 않다보니 아예 생각이 없어졌다.
머릿 속에 간직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가만보니... 생각이 떠오르는 족족 블로그에 꺼내놓던 그 때가 아마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만큼 생각과 감성이 민감했던 때는 없었다.
당시는 불안했지만 권태롭진 않았다. 지금은 불안하진 않지만 권태롭다.
키에르 케고르 할아버지 말씀대로, 인생은 권태와 불안의 연속인가보다.
머릿 속이 텅텅 빈 것 같고 알맹이가 전부 소진된 듯한 느낌이지만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순 없다 싶다.
바라던 바는 아니지만 다행스럽긴 하다.
희망은 있지만 계획은 없다.
정말 달라진 것은... 내게서 점점 강령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반가워해야 할지, 서글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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