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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영화

<영화> 쌍화점...

플라밍고 2009. 1. 14. 01:41

별로다.

역시 흥행작을 보는게 아니었다. '지구가 멈추는 날' 이후로 또 실패.
글쎄... 나는 얼마나 어려운 연기를 했고, 얼마나 힘들었을 것인지에 대한 노고를 헤아릴 만큼 너그럽지 않다. 

우선 존재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컷이 많다. 그래서 자극적인 장면과 알록달록한 색감에도 상당히 지루하다. 대체 어디까지 설명할 참인지... 시시콜콜하다. '연모'라는 혼란스럽고 격정적이며 무서울 만큼 극단적이고 통제되지 않는,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설명할 수 없고 이해되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말'이 많다. 마치 관객에게 이해하고 있냐고 재차 조바심내며 묻고 있는 듯 하여 지루하고 귀찮다. 

게다가 공감되지 않는다. 감정의 흐름이 너무 갑작스럽다. 거의 마지막까지 난 그저 여자의 몸을 알게 된 한 남자의 욕망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정사씬이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를 표현했어야 했다. 영화 '색계'가 자주 비교대상이 되던데, '색계'의 정사씬은 참으로 적절했다. 남자의 가학적이고 파괴적인 몸짓은 그의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공포를 표현했고, 여자는 그 절박한 메시지를 수용하고 이해하게 된다. 양조위가 그녀가 떠난 침대 위에 안타깝게 손을 올려놓는 장면은 잊혀지질 않는다. 쌍화점의 정사씬은 잘 모르겠다. 감정이 느껴지질 않는다. 왜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그들이 서로에게서 읽어 낸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녀의 몸은, 그의 몸은 무엇을 말하였을까? 대충 짐작을 할 수는 있지만 영화에서 발견하지는 못했다.

주진모의 눈빛은 좋았다. 정말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빛같이 애처롭고 다정했다. 원래 흔들리는 듯한 사연있어 보이는 듯한 눈빛인지는 몰라도, 대상이 남자든 여자든,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듯 했다. 이성애자라면 동성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지 싶다.  

유하 감독의 영화로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가장 재미있었다. 유하 감독의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닌 듯 하다. 특히 쌍화점의 경우, 나로서는 참으로 지루하고 의미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영화가 무척 보고 싶은 요즘에 선택하는 영화마다 실망스럽다. 갈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