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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공간

<댄스 뮤지컬> 가위손

플라밍고 2006. 7. 28. 02:26

매튜 본이 정말 인기가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금까지 본 공연 중 가장 많은 기립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피나바우쉬보다도. 난 그냥 그렇던데. 좀 지루했다.

무대에서 발휘될 수 있는 상상력은 제한되어있다. 공간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배우들의 동선과 연기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에 비해 표현의 폭이 넓은 영화로 만들어졌던 '가위손'을 무대 위로 옮긴다는 것은 어려운 발상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팀버튼의 영화이지 않는가. 그 판타지를 관객 바로 눈 앞에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런 면에서는 매튜 본은 확실히 성공했다. 판타지는 부족하지 않았다.

첫장면부터 놀라웠다. 가위손 에드워드가 탄생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장면들은 마치 영화같았다.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인형의 집-노라'에서도 느꼈듯이 한 작품에 여러가지 장르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겹겹의 스크린을 통해 비를 입체적으로 표현했고, 몽환적인 느낌을 적절히 표현했다. 막의 오름과 내림은 물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페이드 인과 페이드 아웃마저 자유자재로 표현했다. 무대에서 말이다.

매튜 본이 확실히 남다르긴 했다. 대사 한마디 하지 않고 춤으로만 몸짓으로만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다만, 댄스 '뮤지컬'이다보니 춤보다는 스토리에 더 큰 비중이 있었다. 동네 젊은이들이 모여 춤추는 장면은 '그리스'를 떠오르게 했다. 영화 '가위손'의 판타지를 무대 위에 훌륭히 옮기긴 했지만, 더 이상은 없었다.

춤을 더 보고 싶었다. 영화와 그대로 닮은 무대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 동화같은 판타지를 몸으로는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했다. 에드워드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 얼음을 조각할 때, 사람들에게 쫒기고 사랑하는 여인과 사랑을 확인할 때 정도는 제외하고는 그닥 기억에 남는 춤이 없다.



갈수록 좀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은 군무때문이었다. 처음에 각 캐릭터를 표현하는 동작들은 재미있었다. 도심 외곽의 중산층 가족들을 운전하는 모습을 빗대어 재미있게 표현하였다. 특히 청교도 집안의 딱딱하고 침침한 분위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그러나 에드워드가 아웃사이더임을 표현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끼리만 짝지어 추는 군무가 자꾸 반복되어 좀 지루했다. 그리고 에드워드의 1인무를 기대했는데, 끝까지 볼 수 없었다.

누구나 아웃사이더라고 느낄 때가 있다. 내 손에 날카로운 가위가 달려서, 누구와도 가까워질 수 없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외톨이 같을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받지 못할 때가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봤기에 '가위손'이라는 판타지가 탄생할 수 있었다. 그것이 비현실적인 판타지라도 공감이 앞서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봤다.

LG아트센터에서 댄스 뮤지컬 가위손을 보려면 앞자리가 좋다. 관객석에서도 에드워드가 만들어낸 눈을 맞을 수 있다.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더라도 상당히 환상적이다. 한여름에 눈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