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관심/여행

파리 & 니스

플라밍고 2023. 11. 27. 14:55

 


2023.10.15 ~ 2023.10.18. Paris



 
#1. Paris
학회 참석 차 파리 다녀왔다.
가을에 파리를 언제 올 수 있겠냐며, 학기 중에 무리하여 다녀왔고, 그 시간들을 메우느라 한달이 넘게 고생 중이다.
살면서 깨달은 점 중 하나는, 일 다 끝내고 놀 수 있는 여유는 없다는 것, 일단 틈틈이 놀아야 그나마 놀 수 있다는 것이다.
 
춥지 않은 파리를 와보고 싶었다. 
10년도 전에, 석사 수료하고 한 겨울에 파리를 방문했을 때는 여러 사정으로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예전보다 체력은 좀 떨어졌어도 여러가지로 여유가 생긴 터라 좀 다르게 즐겼으나 역시 파리는 내 취향은 아니었다. 
특유의 불친절한 파리사람들 틈에서 여느 관광객처럼 소매치기도 당하고, 똑같은 코트를 2개나 사서 어리둥절하고, 어딘지도 모르고 정처없이 걷다가 방전됐지만 마음편히 자유로웠다. 이만하면 됐다. 
 

2023.10.19. ~ 10.21. Nice

 
#2. Nice
역시 남프랑스. 가는 곳마다 그림같은 관광지 그 자체. 
반나절을 올드니스를 샅샅이 누비며 쇼핑하고, 바가지 써가면서 맛난 거 먹고, 또 정처없이 걷다가 방전되고. 
학회 참석이라는 얄팍한 핑계도 없이 놀기만 하면 되었던 니스라서 더욱 좋았던. 
유럽 국가 중에서는 프랑스 밖에 안가봤는데, 나름 프랑스의 여러 도시들을 접했다. 
 
#3. epliogue
누군가에게 징징대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고, 누군가 징징대는 꼴을 잘 못 받아주는 편이다. 
물리적이든 감정적이든 간에 웬만하면 혼자서 알아서 하는 것이 편하고 쉬운 편이고,
감각적으로 예민한 편도 아니고, 관계적으로 누군가의 삶에 크게 관여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일상이 평화롭고 단조롭고 안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너무나 오랜만에 24시간 내내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하는 여행을 하게 되니, 
물리적이든 감정적이든 간에 뭘 혼자서 할 수가 없고, 
안그래도 평소 생수 비린내 때문에 물도 잘 안마시는 예민함이 여기저기 폭발하고, 
관계적으로도 관여하기 싫은 부분까지 얽히면서 신경이 곤두서고, 
더이상 싫은 티를 참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오랜만에 이런 게 일탈인가 싶다. 
 
누군가 나에게 일반인 중에 자폐적인 성향이 있는 편인 것 같다고 했는데, 
안그래도 가만히 놔두면 사람들과 별 교류 없이도 혼자서 사부작 사부작 하등의 불편함 없이 잘 지내는 편이기에, 
이렇게 가끔씩 쓸데없이 내 일상을 뒤흔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사실 여행하는 동안은 너무나 불편했는데, 지나고 나니 또 좋은 기억만 남는가보다. 
 
#. now
요즘 일하기가 싫다. 
일하기가 싫은 것은 둘째치고 능률이 바닥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으로 어떻게든 하나둘씩 꺼내어 급한 불을 끄고는 있지만 너무 가뿐하게 해오던 것들을 못하겠다.
우울인가... 하다가도... 딱히 우울할 이유가 없기에 이건 노화에 적응하는 과정이구나 싶다. 
늘 그랬듯 여름부터 미친듯이 바빴고, 예전보다 무리하지는 않았다. 무리를 안한 적은 없기에 늘 무리하던 만큼 무리했다.
다른 점은, 가을부터 코로나19, 독감 등으로 계속 아팠다는 것인데, 
이깟 바이러스로 일을 못할 정도로 골골했던 적이 너무 오랜만이라 참 적응이 안된다.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참 인간이... 모르는 게 많다. 
 
몸이 아프다보니 일을 하지 못하고, 내내 마음이 너무나 불편하여 우울인가 싶기까지 했는데,  
전공자도 자기 상태는 이 지경으로 파악이 안되니 어디가서 전문가라 얘기하기도 창피할 지경이다. 
 
정말 건강이 최고. 
 
내가 이 블로그를 20대부터 써왔는데, 내 입에서 '건강이 최고'라는 말을 진짜 이해하고 하게될 줄이야. 
나의 노화에 적응하고, 나를 살살 달래가며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진짜로 이해할 줄이야. 
나는 더이상 예전만큼 단순하지 않고, 무던하지 않고, 빠르지 않고, 명료하지 않고, 쿨하지 않다. 
이제는 예민함을 참기가 어렵고, 사소한 일에도 눈물부터 나고, 슬프고 애닯고, 미련 맞고,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 같고, 해피엔딩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무던함과 인내심이 얼마나 큰 미덕인지 알아가고 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긴데,
오늘은 부디 3개월 간 질질 끌고 있는 원고 마감부터 하자. 
내 다시는 공동집필 하나봐라. (작년에도 똑같은 다짐을 하긴 했던 것 같지만... 이번엔 진짜다!)
이 작업이 끝나면 진심 행복할 것 같다. (지금은 행복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