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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영화

<영화> 위플래쉬

플라밍고 2015. 3. 21. 13:46

 

 

 

오랜만에 참 재미있는 영화 발견.

이제는 예전처럼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재미를 느끼진 못하지만,

위플래쉬는 워낙 드라마 자체가 재미있고, 강렬하여 숨도 쉬지 않은 채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인물들 간의 긴장감이 마치 '다우트'를 볼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모든 배우들이 각 캐릭터의 고유 성격을 여지없이 드러냈고, 그 호흡이 찰떡같이 들어맞아서 잠시도 틈이 없었다.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급작스럽게 영화관을 찾은지라,

음악 영화라니까 편안하고 나른한 시간을 보낼 줄 알았더니만.

100분 내내 긴장감으로 편히 앉아 있질 못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위대한 예술가를 탄생시키기 위한 플레처의 교육이 옳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의견과 거의 일치한다.  

 

"미와 선은 본질적으로 무관한 것이라고 할 때,

과연 선하지 않은 토양에서 피어난 위대한 예술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문제와도 연결이 됩니다."

 

#1. 아름다움을 얻기 위한 광기.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플레쳐가 아니더라도,

나는 나 자신을 벼랑 끝에 몰아세우고 다그치는 전략을 종종 사용한다.

'Good Job'으로 내가 안심할까봐,

더이상 노력하지 않을까봐,

더 할 수 있음에도 쉽게 포기할까봐,

스스로를 인정하고 현재에 만족하지 않기도 한다.

내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고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의 '성공' 혹은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위플래쉬가 보여주는 광기가 낯설지만은 않다.

내 안에 앤드류와 플레쳐는 동일인물이다.

 

하지만 나는 그리 살지 않기로 한다.

나는 천재도 아니고 한계가 너무 많은 인간이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변을 착취하고 싶지 않다.

영화 <킹스맨>의 대사처럼 "고귀한 삶이란 타인보다 우수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보다 우수한 것이다."를 기억하련다.

이미 내가 타인보다 우수하지 않은 것을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특별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2. 좌절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끝나지 않는 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매력이다.

여러가지 역경과 좌절이 있지만 그래도 '아름다움'은 포기하지 않는다.

살면서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혹은 내가 목격할 수 있는 '아름다움'은 간직하고 싶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실체가 명확하진 않지만 '아름다움'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직업심리학과 상담 시간에 이제경 교수님은,

결국 진로상담은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내 적성과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닌 '상담'을 놓치않고 훈련하는 이유는,

적어도 내가 내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살고

내가 만난 그들이 자신에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살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 누구의 평가나 시선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닌,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그들만의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살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설사 그들이 포기하더라도 나만은 적어도 그들의 아름다움의 존재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3. 한가로운 토요일

오랜만이다.

햇볕 좋은 한 낮에 여유롭게 생각을 하고 끄적이는 것.

난 스스로 돌아보아도 다시금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이렇게 햇볕 좋은 봄에는 힘든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날 따뜻하게 감싸주고 설레게 한다.

매년 나를 설레게 하는 봄이 돌아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렇게 좋은 봄날, 이렇게 무턱대고 행복한 느낌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