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외로워?

플라밍고 2006. 8. 3. 01:05
아, 정말 그놈의 외롭다는 투정이 지겹다. 설마 그럼 사람이 안 외로울까?



#1. 이 죽일 놈의 외로움
드라마나 소설, 영화는 물론 '외로움'이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늘 주변에서 외롭다고 징징대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유독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들이 있다. 내 주변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늘! 외로움을 호소한다. 유독 그렇게 외로움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늘' 외롭다는 것이다.

소싯적에는 우수에 찬 남성에게 반했다. 약간 우울해 보이고, 뭔가 사연있어 보이고, 삶에 무관심한 듯,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느낌의 남성들에게 끌렸다. 지금은, 정말 뒤통수라도 한대 쳐주고 싶은 심정이다. 좀 웃어라.

그러나 여전히 난 외로운 사람이 좋다. 외로움을 즐길줄 아는 사람이 좋다.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사람이 좋다. 외로움이 사람으로 달래지는 것이 아님을 아는 사람이 좋다. 내 경험상으로는 애인이 있어도 외롭다. 외로움은 스스로 달랠 수 밖에 없다.




#2. 내가 아는 가장 외로운 이미지
영화 <화양연화>에서 장만옥이 국수 사러 가는 장면. 완벽하리만큼 아름답게 꾸민 그녀가 어둡고 긴 골목을 지나 국수 한 그릇을 사들고 가는 모습이 외롭다 못해 슬프다. 이 영화에서 양조위가 늦은 밤 사무실에 홀로 앉아 담배를 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압권이다. 그 이미지는 찾지 못했다. 동그란 전등 아래서 느리게 담배 연기가 퍼지는데, 그것은 양조위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우라다. 양조위만큼 멋지게 담배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맘보를 추던 장면, 장만옥에게 1분을 공유했다며 작업거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중학생이었을 때 봤는데도 무척 인상깊었다. <해피투게더>는 아직 못봤는데, 조만간 봐야겠다. 외로운 이미지는 왕가위 감독이 최고지 싶다.

그러나 실제의 경우 이런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누군가의 외로움을 감싸줄 정도로 큰 사람이지는 못해도, 적어도 자신의 외로움은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더워서 그렇다. 너무 더워서 외롭다는 투정에 지쳤다. 난 누구말대로 무언가 감정적으로 심하게 결핍되어 있어서 당신의 외로움을 감싸안지 못하나보다.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