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친구들이 결혼을 했고,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친구에게는 여러 사정들이 생기고 고민이 생기고 후회가 있다. 넓게 보면 인생 다 그렇고 그렇게 사는거라지만, 또 다들 고만고만한 근심이고 누구나 겪는거라지만, 본인에게는 남들도 겪는다는 것이 크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게 일이 생겼고, 내가 고민스럽다는 것이다.
보통 결혼의 경우 가장 큰 고민은 정말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까이다. 어른들 말을 빌리자면 대개 그 누구랑 산다한들 비슷하다고 하지만 믿을 수가 없다.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의문이다. 내가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을까. 내가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일까. 내가 실수하는 것이라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을 해야하는 부담감도 한 몫한다.
당연히 정답은 없다. 사람은 변한다. 그 사람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나 자신조차 나의 변화를 예상할 수 없는데, 다른 사람의 미래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다만, 그 사람의 변화에 내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나 역시 그 사람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만은 자명하다.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태를 견딜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 내게 있어서는 내가 그 사람의 변화를 두 눈 감지 않고 바라봐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 안에서 참기 힘든 상황도 있을테고, 놀랄만큼 감동스러운 상황도 있을 터이다. 배우자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느냐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를 잃지 않으면서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수 있는 수용능력을 갖추었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아마 나는 아직 결혼이 와닿지 않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내게 의미있는 사람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준비가 미흡하다.
어려서는 영화나 소설에서와 같은 열정적이고 불같은 사랑이 어디서나 존재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행운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쩌면 행운이 아닐지도 모른다. 감정 역시 인지적인 해석을 통한다. 부디 자신의 감정에 대한 해석을 남에게 미루지 말고, 상황에 끌려가지 않길 바란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불안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테지만 그 불안의 이유를 부디 용감하게 해석하길 바란다.
우린 분명 잘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