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영화
<영화> 숏버스
플라밍고
2007. 5. 29. 01:32
섹스에 관한 이야기. 섹스를 통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섹시하지 않은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영상이 가득한 이야기. 나로서는 그닥 와닿지 않는 이야기.
의도하지 않게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무대인사와 함께 '숏버스'를 봤다. '헤드윅'도 본 적이 없어서 감독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없었다. 일부러 감독 무대인사를 보러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많았는데 그 반응이 어찌나 열렬한지,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이 말했듯 마치 브래드 피트가 무대인사 하는 줄 알았다. 너무나 작은 얼굴과 머리크기에 놀랐을 따름이다. 세상에 그렇게 작은 머리도 있단 말인가. ^^;
영화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남녀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은 물론 동성애, 이성애, 양성애 등 다양한 연애와 섹스가 등장한다. 영상 자체가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전혀 야하지 않다는 것이다. 감독은 영화에 강간장면은 허용하면서 적나라한 섹스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밝은 섹스와 원나잇 스탠드가 아닌 진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연인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했다.
아는 사람들이 추천해주기도 했고, 꽤 감동스러운 영화라고 해서 별 정보없이 보러 갔는데,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좀 작위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 개인들은 저마다 내면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 혹은 진정한 연애를 위해 그리고 완벽한 사랑을 위해 저마다 처절하게 노력하는 것은 모두 자신의 내적 성장을 이루기 위함이다. 숏버스의 모두는 무던히도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섹스를 소재로 온전치 못한 개인들이 서로를 보완하고 완성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다치자. 인정한다. 인간은 혼자서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분명히 타인의 존재의 도움을 받아 '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세상의 다양한 관계를 섹스를 통해 조망한다. 섹스는 분명 인간이 타인과 맺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런데 왜들 그렇게 절박하게 힘들어 하는 것인지 공감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섹스는 과연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왜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이 곧 타인과의 완전한 공감을 나타내는 것인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왜 그렇게 처절할 정도로 불행한 것인지. 제이미의 커다란 사랑을 알지만 느끼지 못하는 제임스의 고통이 대체 무엇인지. 분명 게이커플에 대한 사회적 편견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그들 관계 속에서 결핍을 채우지 못해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대체 어떤 결핍으로 인해 죽음까지 몰아가는건지.
'숏버스'를 추천해 준 사람들을 찾아 설명을 들어봐야겠다. 내 감정과 감성의 어떤 부분은 깜짝 놀랄만큼 결핍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난 이 영화가 참 억지스럽다는 느낌이다.
+ '밀양' 포스팅으로 인해 어제 하루 방문자 수가 갑자기 늘었다. 전도연의 칸 여우주연상 수상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의 언론의 과도한 칸 영화제 관심은 거슬렸다. 어느 평론가 말대로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닐지언데.
+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 소식을 듣고 '밀양'에서 그녀의 연기를 다시 떠올려봤다. 감독이 만들어낸 캐릭터에 안주하지 않음이 보인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자신만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캐릭터의 완성을 자신의 책임으로 온전히 만들어 가는 배우가 아닐까 싶다. 감독의 캐릭터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완성에 대한 책임감을 떠안길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 다른건 몰라도 참 용감한 배우라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여전히 '밀양'의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