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포스팅할 거리가 많음에도, 요즘같아서는 노트북을 열어볼 여력이 없다. 늘 마음은 바쁘고, 행동은 굼뜨다. 큰 재미도 큰 지루함도 없는, 할 일만 많은 요즘이다.
레스토랑 이야깃거리를 올리려고 블로그에 들어와서는 커다란 사진들만 하염없이 쳐다보다가 포스팅을 또 미룬다. 소문만 듣고 갔다가 실망한 오키친이나 로씨니에 대해 할 말이 많은데... 오키친은 너무나 생뚱맞는, 요상하게 생긴 플라스틱 의자와 최고로 어리버리한 서버가 인상깊었고, 로씨니는 너무나 불친절한 아니 너무나 무관심한 서비스와 지금까지 본 최고로 성의없는 샐러드가 인상깊었다. 물론 로씨니는 다른 손님들, 헌법재판소에 몸담고 있을 법한 지긋한 아저씨들에게는 무척이나 공손하고 친절했다. 그들에게 우리 일행은 다시 와도 그만 안와도 그만인 뜨내기 손님들이겠지만, 너무 티를 내시더라. 다시 한 번 '아따블르'만한 식당은 없다는 생각만 했다.
영화 '300'에 대한 감상도 올리려고 했는데, 영 귀찮아서 미룬지 오래다. 근육질의 전사들이 떼로 나와 꿈틀거리는데, 나는 무척 답답했다. 더군다나 아이맥스로 봤는데, 어찌나 앵글이 타이트하던지... 스파트라군과 페르시아군을 너무나 분명하게 선과 악으로 표현한 것도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고, 나라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명예롭게 죽어가는 장엄한 스파르타군의 외침도 시끄러웠다. 3000원 비싼 아이맥스를 1000원이나 비싼 포토티켓으로 봤는데, 어찌나 돈이 아깝던지. 다들 그렇게 칭찬해 마지않는 때깔 좋다는 화면이 내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 그랬었나?
내일 하루는 'To Do List'에 쓰여진 모든 것을 빨간펜으로 지우는 보람찬 하루가 되어야겠는데, 자정이 넘자마자 가볍게 한가지를 제껴버렸다. 솔직성, 긍정적 존중, 무조건적 공감을 실천해야한다는 칼 로저스 할아버지 말씀을 새겨들어야 하는데, 나로서는 어찌나 의심스럽기만 한지 귓바퀴만 맴돈다. 정말 아무런 판단없이 무비판적으로 완전히 그 사람이 되어서 이해할 수 있단 말이지? 일단 끝까지 들어보고 이것도 포스팅 예정.
아무튼 지금까지, 블로그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게으름이 앞섰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