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
집중력을 잃어버린지 꽤 된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잃어버린 게 아니라 원래부터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해야하는 일이 있으면 몇 시간이고 앉아서 집중했던 것 같은데,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고.
최근 5년은 매일을 이렇게 꾸역꾸역 마감에 쫓기며 지낸 것 같다.
그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예전보다 눈치 볼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하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아서 하루 이틀 바짝 밤을 새고 성과를 내는 것도 힘들고,
디지털 미디어 중독인 것도 같고.
원인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원인을 몰라서 집중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아무리 애를 써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해치웠는지,
여전히 여러가지 일들에 치여있는지 알아주려고 해도,
한편으로는 그것마저 안하면 도대체 얼마나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려고 하냐는 잔소리가 따라붙는다.
하기 싫은 것을 참고 하는 것이 내 전문이었는데,
싫고 좋은 거 없이 해야할 일에 몰두하는 게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벼랑 끝까지 몰아붙여서 기어코 해야 할 일을 하게 만드는 게 가장 잘 먹혔는데,
이제 그게 다 안된다.
그래서 이제 멈춰야 할 때이다.
일을 멈추고 고요하게 나를 들어야 하는 시기이다.
삶의 목표 중 하나가,
내가 가르치는 것과 내 삶이 일치하는 것인데,
요즘같아서는 택도 없다.
지금부터는 하던 것을 멈추고,
하지 않았던 것을 해보는 것으로.
일단 받아놓은 일감은 처리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필요하다.
혹은 사랑할 대상이 필요하거나.
<번외>
어쩌면 이게 원인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