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환자 No.1

플라밍고 2006. 11. 14. 17:15

P동 802호실-키위(Level-E1)

#1. 첫 번째 문제 - 말 많은 사람을 견디지 못함
참 시끄러워요.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가봐요.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거보다 들어줄 사람이 부족한거겠죠. 결국 귀는 퇴화하고 입만 커지겠죠.

아이들은 동생이 태어나면 질투하곤 해요. 자기가 받던 관심을 동생한테 뺏기는줄 알죠. 끊임없이 조잘대요. 큰 소리로 울기도 하고, 떼쓰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한번 열린 말은 스웨터의 올풀림처럼 끊임없어요. 결국 아이는 올이 죄다풀린, 너덜너덜한 스웨터처럼 되어서야 잠이들죠.

아이들이 싫어요. 관심받고 싶어 몸 달아해서 싫어요. 그래서 말 많은 어른이 싫어요. 귀 꽉 막고, 자기 얘기만 들어달라 응석부리는 어른이 싫으네요. 아이들이야 가끔 귀엽기나 하지...

#2. 두 번째 문제 - 말 없는 사람을 견디지 못함
참 답답합니다. 어찌 그리 입술이 무거울까요. 고맙다, 미안하다, 아름답다, 멋지다, 좋다, 나쁘다... 커질대로 커진 입은 자기 올 푸는데만 쓰이는거죠. 그 한마디가 너덜너덜하게 풀어진 상대의 올을 꿰매줄 수 있다는건 관심없을테지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의 친구는 많아봐야 셋이예요. 다들 인간관계가 왜 그 모양일까요. 세어보세요. 내 시간과 공간을 모두 희생하더라도, 힘들 때 도와줄 수 있는 친구. 손꼽아보세요. 희생하는게 어떤건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요? 보장컨대, 없어요.

그래서 다들 한가족, 한민족, 우리를 외쳐대는거겠죠. 믿을 사람이라고는 혈육밖에 없나봐요. 오랫동안 쌓아온 불신때문에 모른는 사람에겐 배타적인거죠, 잔인한거죠. 남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죠. 그런데, 그렇게 아끼는 한가족, 한민족 말에는 귀를 기울이시나요? 정말 '우리'가 있긴 한걸까요?

+ 증상 - 초콜릿 과다 섭취, 대놓고 한숨 쉬기, 상냥한척 하기, 자아도취
+ 결과 - 사회부적응  
+ 원인 - 배가 불렀음
+ 처방 - 금식(물도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