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혼자
플라밍고
2015. 5. 12. 23:04
자코메티의 조각 ‘걷는 남자 I’
얼마만인지.
누군가는 일중독이라고 놀릴지 몰라도,
난 이렇게 늦은 밤 혼자 연구실에 있는 것이 좋다.
요즘 꽂혀있는 정준일을 들으면서 오롯이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항상 사람들 틈에 둘러싸여 있다.
생각해보면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혼자있는 시간이 없었다.
늘 누군가 함께였고, 그들을 듣는다.
참으로 좋아하는 시간이긴 하지만 때때로 너무 많은 것을 듣느라 나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나는 가끔 이렇게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은 매일 쉼없이 울리는 카톡, 전화벨, 이메일이 지친다.
누군가를 듣는다는 것이 더없이 지친다.
연애가 끝난 후, 난 누군가에게 별로 조잘대는 일이 없다.
듣고 듣다가 또 듣는다.
당분간은 그만 듣고 싶다.
어딘가 잠시 없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또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내일을 맞이하고 듣고 있겠지.
삶의 커다란 기대가 없다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내가 가진 가장 커다란 긍정성인데,
이렇게 하루 하루, 지금처럼 오롯이 혼자인 시간에 감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때때로 이렇게 칭얼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