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학창시절 - 어둠편

플라밍고 2006. 7. 16. 00:57

가로축은 나이, 세로축은 행복지수로 놓고 인생 그래프를 그려본 적이 있다. 그간 살아온 내 인생 중 행복지수가 가장 밑바닥이었던 때는 고3 때였다. 당시에는 그리 힘든 줄 몰랐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다.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입시에 대한 부담감은 당연하다. 오전 7시30분 등교, 밤 10시 하교, 하교 후 새벽 2시까지 학원 혹은 도서관,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단 말인가? 꿈도 적성도 모른채 그 숨막히는 시간을 견뎌내다니, 대한민국의 고3들은 정말 대단하다. 적어도 나는 대단했다. (자신의 재능을 정확히 알고,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있었던 고3들은 제외. 그렇다면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다.)


아, 정말 안타깝다. 근데 웃으면 안되는데, 좀 웃긴다.
출처 - 도깨비 뉴스


하지만 내가 정말 피곤했던 것은 공동생활이었다. 그로인해 나타나는 여학교만의 독특한 문화(?)가 싫었다.

첫째로 서로에 대한 의존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14시간을 한 교실에서 함께 보내서 그런지 가족보다 더 친밀할 정도이다. 화장실을 함께 가는 것은 물론이고, 교무실, 매점, 문구점 등 어디든 함께 간다. 학기 초에 "화장실 같이 가자"는 정말 친해지고 싶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고, "싫어"라고 말한다는 것은 1년 동안 혹은 3년 내내 '너와 친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만약 이미 친구사이라면 베프(베스트 프랜드 ㅡ.ㅡ)끼리만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친구끼리는 뭐든지 같이해야 하니, 친구가 많으면 많을 수록 여간 피곤한게 아니다. (설마 나만 피곤했던 거야?)

둘째로 편을 가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집단에 대해 배타적이다. 좀 심한경우, A와 B가 싸우면 A의 친구들과 B의 친구들도 사이가 서먹해진다. 하나의 적이 생기면 집단 구성원끼리는 더욱 돈독해진다. 보통은 그 대상이 담임 선생님이 되는데, 한 명에게 미움을 사면 그의 친구들도 모조리 등을 돌린다. 그리고 한 번 적은 영원한 적이 되기 쉽다. 사실 이 두 번째 특징은 정말 위험하다. 사랑의 범위가 좁은 사람들은 타인에게 잔인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내 친구가 누군가에게 맞았다면 가해자는 천하의 몹쓸X인 것이고, 내 친구가 누군가를 때렸다면 분명 이유있는 행동일거라 여기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질투와 시기가 난무한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예로, 여학생들은 밤새서 공부했더라도 "나 미쳤나봐, 어제 잠깐 잔다는게 아침에 일어났쟎아, 공부 하나도 못했어. ㅜ.ㅜ" 이런다. 어제 공부 많이 했냐고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저런다. (물론 예외에 속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 비트에도 이 비슷한, 과장된 예가 등장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죽고 못 살것 같은 친구같아 보여도 진심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거품(?) 우정이 많다.

사실 이 글을 포스팅 하려던 원래 목적은 학원폭력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과 그 대안을 생각해보려 한 것인데, 내 학창시절에 대한 신세한탄이 되어버렸다. 원래의 취지에 맞는 포스팅은 다음 기회에... 늘 내 의도와 상관없이 스스로 생명을 가지고 멋대로 자라버리는 글이 된다.  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