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게으름
플라밍고
2011. 3. 15. 11:39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서 거치는 준비과정들이 있다.
일단 씻고, 책상을 깨끗하게 치우고, 여차하면 방을 뒤집어 대청소를 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커피를 만들고, 노트북 앞에 앉아 각종 포털사이트의 주요 뉴스를 훑어주고, 시시껄렁한 가쉽까지 전부 섭렵한 후 마지막으로 스케쥴 정리를 하거나 블로그에 넋두리를 하고나서야 도서관 검색창을 열 수 있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이 과정은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별반 다르지 않다.
4일 동안 미친듯이 팔라독에 전념한 결과 이제 흥미를 잃었고,
아직 영화 '더 브레이브'를 보지 못했지만 보고 싶던 영화들을 꽤 보았으니 급하지 않고,
딱히 끌리는 드라마도 없고,
어제 하루 종일 원없이 잠을 잤으니 피곤하지도 않고,
내일은 교수님께 연구보고를 해야하고,
오늘은 내가 아무리 게으름을 피워도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하루하루 근근히 떠밀려 무언가를 해내는 일상이 참으로 싫고 부끄러워서,
머릿속으로는 가장 열정적인 상태를 떠올리며 마인드 컨트롤을 시도해보지만,
딱히 효과는 없다.
흰 바탕에 검정색 글자를 채워넣는 것이 뭐가 이리도 복잡하다고,
뭘 한 것도 없으면서 하기 싫은 생각부터 드는지...
얼마나 잘하겠다고 시작도 못하는지...
그 무슨 대단한 찬사를 얻겠다고 나한테 부족한 것에만 몰두하는지...
내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이 뭐그리 창피한 일이라고 벌써부터 숨기기에 급급한지...
자, 요이땅!!